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Aug 20. 2019

내 핑계대지마

경국지색. 나라가 망했는데, 그게 부패한 지배층 때문이 아니라, 왕을 홀린 여성 때문이라는 입장을 담은 사자성어다.


중국의 역사에는 이런 핑계가 많다. 주기적으로 망나니 같은 지배자가 나타나고, 그 왕을 설명하는 장면에는 빠짐없이 사치와 낭비가 심한 여성이 등장한다. 하나라의 폭군 걸왕은 말희에게 당했고, 은나라의 폭군 주왕은 달기에게 정신이 팔려 나라를 망쳤다고 주장한다.


牝鷄無晨 牝鷄之晨 惟家之索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고사성어로, 주나라 무왕이 달기를 때려잡으면서 한 말이다.


동양 전통의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서양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바이킹은 유럽 곳곳을 오랜 기간 성실하게도 약탈했는데, 그 동기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유일하게 알려진 동기가 약탈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다른 동기도 있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출판된 한 책은 "스칸디나비아인들의 호전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다는 점을 확인해준다. "자존심 세고 억센 바이킹족 여성들은 때때로 위험천만할 정도로 변덕스러웠고, 그때마다 순순히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억센 여성들을 아내로 둔 남성들이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_카를로 M. 치폴라 「중세 경제 발전에서 향료(특히 후추)의 역할」


당연히 저자의 유머고, 아무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다. 중국의 역사와 달리.

매거진의 이전글 워킹홀리데이가 경력의 전부인 취준생의 자기소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