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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21. 2019

알아야 할까 몰라야 할까

사랑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존감 분야의 교과서 같은 (어디까지나 내 판단) 「자존감 수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만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적어보는 것만이라도 해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 하나도 없다면 '남이 생각하는 나의 장점'을 적으면 된다. 그것이 설령 타인의 오해이거나 드러난 겉모습에 불과할지라도 누군가 말해준 내용을 그대로 적어보자.
이런 행위는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집이 어딘지, 무엇을 했는지 등 사소한 관심이 번져 존경과 사랑이 싹튼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똑같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_윤홍균 「자존감 수업」


알아야 사랑한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경우 혐오하고 비하하기 쉽다. 더 자세히 알게 되면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래서 수학이 너무 싫으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을 이해...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_나태주 「풀꽃 향기 한 줌」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_나태주 「풀꽃 향기 한 줌」


읽기만 하면 사랑의 마스터가 될 수 있는 대박 필수템 (어디까지나 내 판단) 「사랑의 기술」을 보면 이렇게 나와있다.


이 '비밀'을 아는 또 하나의 길은 사랑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것이고 이러한 침투를 통해 알려고 하는 나의 욕망은 합일에 의해 만족을 얻는다. 융합하는 행위를 통해 나는 당신을 알고 나는 나 자신을 알고 나는 모든 사람을 안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충분한 지식을 얻는 유일한 길은 사랑의 '행위'에 있다. 이 행위는 사상을 초월하고 언어를 초월한다. 사랑의 행위는 대담하게 합일의 경험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에 의한 지식, 곧 심리학적 지식은 사랑의 행위에 있어서 충분한 지식을 위해 불가결한 조건이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통해서 인간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도 일리 있다. 마음 없이 겉핥기식으로 정보만 쫒는다고 해서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알랭 드 보통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와장창 깨고 '결혼은 사랑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저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연락해요, 할 수 있으면 언제든."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들은 깊은 포옹으로, 더 이상 서로에게 어떤 의도도 품지 않은 두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순순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들의 시간 부족은 일종의 특권이다. 그 보호 아래서 그들은 상대방의 눈에 영원히 인상 깊게 남을 수 있으니 말이다.
 _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여기에 나오는 두 명은 지금 외도 중이다.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배우자와는 이제 지긋지긋한 관계가 되었고, 지금 바람피우고 있는 상대와도 만일 결혼을 한다면 마찬가지의 관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잠깐 스쳐가듯 만나는 외도에서는, 서로 좋은 사람,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밖에서는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전문 분야에 대해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할 수 있지만, 집에 오면 그 정장을 벗어서 어디에 던져놓을지 누가 빨고 누가 갤지에 대해 당당하고 전문성 있게 피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랑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_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잔인하다. 하지만 맞는 말 같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 더 잘 알아야 할까, 아니면 모를수록 더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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