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Aug 23. 2019

물리적인 환경

돌아다니는 게 직업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회사마다 환경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조직 문화 이런거 아니고 정말 물리적인 환경 말이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건물. 당연히 투명창이고 한 층을 다 사용한다. 망원, 용산 쪽에 이런 회사들이 있다. 벽과 바닥이 대리석이고 테이블과 의자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강남이나 역삼, 청담에 이런 회사들이 있다. 그러다 강북으로 가면, 인천으로 가면, 오래된 건물을 비좁은 사무실로 나누어서 옹기종기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화장실도 엄청 더럽거나 낡았다. 내가 만일 이런 곳에서 일한다면... 생각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빈부격차를 몸소 체험하는 느낌이다.


정부에서 소기업을 위해서 사무실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있었다.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같은 그런 공유오피스가 매우 많은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형태도 많지 않지만 있다.


소셜벤처허브센터

무중력지대


젊은 사람들 대상으로 공간을 조금 지원한다. 이러한 공간은 가격은 저렴하거나 무료지만 환경은 매우 깔끔하고 멋지다. 이런 공간이 서울 일부에만 제공된다는 게 아쉽다. 경기도나 비수도권에도 이런 공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특히 지방에는 공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뉴욕의 로프트처럼 지방 정부에서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


초기 산업 시대에 뉴욕은 미국 최대의 항구도시였다. 그래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산업도시로서의 기능도 많이 요구되어 고밀도의 공장이 생겨났다. 그것이 지금의 소호 지역 등에 많이 지어진 높은 천장 높이의 건물들이다. 건물 안에는 방적기계 같은 큰 기계가 설치되어야 했기 때문에 기둥 간격도 넓고 천장도 높았다. 그리고 물건을 옮기기 위해서 대형 화물엘리베이터가 잇었다. 높은 천장 높이 덕분에 창문도 크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햇볕과 통풍이 잘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전에는 닭털 뽑는 공장이나 섬유공장들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2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이러한 공장들이 차차 문을 닫고 비어 있는 건물로 남게 되었다. 버려진 공장 건물들은 빈 상태로 방치되어 치안 문제가 발생하였다. 뉴욕시는 방법을 고안했다. 시는 헐값에 예술가들에게 임대해 비어 있는 건물에 사람들이 살게 하였다. 가난해서 임대로를 내기 힘든 미술가들이 이 빈 공장 건물에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큰 창문과 높은 천장 높이는 커다란 캔버스에서 작업해야 하는 화가들과 조각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커다란 화물엘리베이터는 완성된 대형 그림이나 조각품을 옮기기에도 적합한 최적의 임대 공간이었다.
 _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야 할까 몰라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