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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05. 2019

나중에 쉬기 위해 시간을 모은다

나중에 쓰기 위해 돈을 모으듯이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여행할 때였다. 급하다고 재촉하는 가이드를 따라서 정신없이 이동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유적지를 떠나서 도착한 곳은 상점이었다. 쇼핑몰이라고 부르기에는 작은... 그냥 건물이었다. 무슨 연고나 약 같은 걸 팔았다. 가이드는 웃으며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오느라 고생했다고, 편히 쉬면서 구경도 하고 쇼핑하라고. 볼 거는 연고와 약밖에 없었고, 쇼핑할만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드를 믿고 열심히 따라다녔는데, 참 허탈했다.


돌아다니는 게 일이다 보니, 항상 지도 어플 내비 어플을 본다. 가장 빠른 길, 환승하기 쉬운 자리, 주차하기 쉬운 곳을 찾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서 카페에 들어간다. 쉰다. 정신없이 움직인 이유는 10분이라도 더 카페에서 쉬기 위해서다. 잠깐 쉬려고 정신없이 달린 오늘. 허탈한 건 아닌데, 조금 이상하다.


나중에 쓰기 위해 돈을 모으듯이, 나중에 쉬기 위해 시간을 모은다.


오늘의 시간에는 질서를 부여하는 리듬이 없다. 그래서 시간은 혼란에 빠진다. 반시간성으로 인해 시간은 어지럽게 날아가 버린다. 삶이 가속화된다는 느낌은 실제로는 방향 없이 날아가 버리는 시간에서 오는 감정이다.
 _한병철 「시간의 향기」


그렇다.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없는 것은 어쩌면 삶의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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