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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07. 2019

봉사를 하고 봉사점수를 받지 않는 사람들

반항


카뮈는 반항하는 태도를 말한다. 주어진 조건에 수긍하지 않고,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달리는 것 같은데, 나 혼자 멈출 수 있을까?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이미 불안하다.


형이상학적 반항이란 인간이 인간 조건과 창조 전체에 대하여 항거하는 운동이다. 그것은 인간과 창조의 목적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까닭에 형이상학적이다. 노예는 자신의 신분 안에 주어진 조건에 대하여 항의한다. 형이상학적 반항하는 인간은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대하여 항의한다. 반항하는 노예는 주인이 자기를 취급하는 방식을 용납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자기 속에 있음을 단정한다. 형이상학적 반항하는 인간은 창종에 의해 자신이 기만당했음을 선언한다.
 _알베르 카뮈 「반항하는 인간」


BTS를 듣지 말고, 멜론TOP100을 듣지 않으면 될까. 멜론 TOP100을 안 듣고 인디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이른바 홍대병, 인디병*에 걸렸다. 그래서 인디음악을 듣는데, 그렇다고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다. 귀에 거슬린다.  가수 이랑이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았을 때, 음악을 좀 안다 하는 지인들은 다들 이랑의 음악에 찬사를 보냈다. 그래서 꾹 참고 며칠 들어봤는데, 도저히 내 스타일이 아니다. 메이트와 옥상달빛, 노리플라이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사실 TV에 나오지 않아서 인디라고 불리지만, 음악 스타일은 대중적이다. 대중적인 음악이 좋기는 한데, 인디라는 타이틀은 좋고, 그래서 나는 대중적인 인디음악을 듣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홍대병, 인디병 : '나는 남들과 달라, 특별해' 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인 것을 멀리하고 마이너한 것에 관심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힙스터라고 불린다.


윤상


이승한은 윤상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반항할 수 있다고 한다. 음악은 그냥 감상하면 된다는, 단순감상론이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주의 깊게 듣고 음미하는, 진지충이 되어 보는 것이다.


다만 이 곡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윤상이 사운드로 빽빽한 층을 쌓아 올려 심해와 같은 먹먹한 공간감을 강조한 의도는 무엇이며, 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볼 것을 조심스레 제안한다.
 _이승한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그렇게 '고작 대중가요' 한 곡을 더 깊게 음미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는 것은, 그 자체로 더는 세상이 강요하는 속도대로 살기 위해 서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될 것이다.
 _이승한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늦잠


성과사회에서 늦잠을 자는 사람들, 봉사를 하고 봉사점수를 받지 않는 사람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데 더 열심인 사람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것 같다. (아닐 수도 있고.) 이렇게 생각하면 문득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 근데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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