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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07. 2019

외계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_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외계인을 만나는 이야기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손이 몇 개인지, 어떻게 밥을 먹는지 궁금하다. 정말 궁금한 건, 어떤 식으로 사고를 할까다.



우리


이런 상상을 하려면, 먼저 우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호기심이 있다. 그러면 외계인은 호기심이 있을까.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 그러면 외계인은 미래를 알까. 저자의 기막힌 상상력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은 시간 순서대로 인과를 파악한다. 그리고 외계인은 동시적이고 목적론적이다. 우리의 표현에 따르면, 외계인은 미래를 알고 있고, 이를 그대로 실현하는 삶을 산다.


인류가 순차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킨 데 비해, 헵타포드는 동시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켰다. 우리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한다.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 최소화, 최대화라는 목적을.
 _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외계인


엄청 신기하다. 우리가 그동안 상상했던 외계인은, 우리와 외모는 다르지만 행동 양식은 비슷한 포유류였다. 생존 본능이 있고, 살상 능력이 있다보니, 인간과 생존 경쟁 혹은 정복 전쟁을 치르게 되는 개연성을 만든다. 에얼리언, 프레데터, 스타워즈, 스타트랙,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일 외계인의 사고 체계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면,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도 인간은 외계인을 이해 못한다. 왜 이렇게 호기심이 없을까.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까. 왜 왔고 왜 가는 걸까.


우리는 인과론적인 삶을 살기 때문에 당연히 왜를 묻는다. 왜 그런지 따진다. 반면 소설 속 외계인은 미래를 알고 그 미래를 실현하는 삶을 산다. 그러니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다.


언어


단순히 인간과 외계인의 차이만 보여준다면, 이 책은 이렇게까지 재미있지 않을 거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언어학자다. 외계인의 언어를 배운다. 당연히 언어는 사고를 반영한다. (혹은 그 반대다.) 어순 같은 건 없다. 주어 목적어 동사 이런 것도 없다. 글을 쓰는 순간 끝을 고려한다. 이게 외계인의 방식이다.


주인공은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외계인처럼 사고한다. 시간 순서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모든 시간을 통틀어서 파악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 삶을 시행해 나간다. 주인공의 미래를 보고, 미래 속의 자녀를 보는 것도 이 소설의 큰 재미다.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_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사고


정말 언어가 달라지면 사고 방식이 달라질까. 소설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겠지만, 언어가 사고를 구성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형식이 구조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구조도 괜찮고, 저런 구조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구조는 확정적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 형식 내에서 이런 구조, 저런 구조를 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형식이란 구조의 가능성이다.
 _조중걸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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