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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11. 2019

여성과 남성

 _알랭 바디우 「참된 삶」


책은 아래와 같은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오늘날 젊다는 것, 그 의미와 무의미
2장 동시대를 사는 소년들의 장래에 관하여
3장 동시대를 사는 소녀들의 장래에 관하여


1장은 이전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해운 관련 취업 알선 글이고, 이어진 부분은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정말 복잡한 이론이 인용되고, 정말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아들들[소년들]이 언제까지고 미성숙하다면, 딸들은 줄곧 성숙하다. 예를 하나 들자면, 학업 성취를 꼽을 수 있겠다.


하려는 말 자체가 조금 가벼운데다가, 학업 성취 이야기를 하니까 권위가 와르르 무너진다. 암튼 나름의 논리가 있다. 무엇보다 철학자의 논리로 표현된 문장을 감상하는 맛이 있다.


소년


소년은 간단히 말하자면, 어른이 되지 못하고 아이로 남는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민, 생에 대한 고민은 없고, 소비와 향락만 있다.


이념이 너무나 결여되어 있기에, 삶은 매일매일 이어지는 그 자체의 연속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영원한 사춘기의 유혹에 직면한다. 또한 남성인 어른들의 삶에서 유아적 성격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상품 앞에 출두하는 주체는 새로운 장난감을 욕망하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남자 아이들에게서, 삶이 이념 없는 삶이나 또는 어리석은 삶이어도 좋다는 것, 즉 세계화된 자본주의에서 요구되는 주체성은 어른 되기의 불가능성과 소비적이면서도 경쟁적인 영원한 사춘기로부터 도출된다.


소녀


소녀는 반대다.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 일찍 화장을 하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다. 아이의 순간을 잃어버린다. 냉소와 체념만 남는다.


딸은 옛적부터 그녀 자신이 능동적으로 되어야만 할 어른-여자 되기에 노출된다. 혹은 달리 말해서, 아들에게는 어떠한 선행도 없으며, 따라서 정체의 불안도 없다. 딸에게는 사춘기나 또 유년기 자체를 먹어치우는 성인기의 소급작용이 있다. 이에 따라 조숙의 불안이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여자아이들 쪽에서 그러한 주체성은 소녀[딸]로 남아 있을 수 없는, 어린 소녀의 광채 안에 있을 수 없는 불가능성으로부터, 그리고 사회적 장래에 대한 냉소주의를 유도하는 조숙한 여자 되기로부터 도출된다.


이념


결국 소년과 소녀는 둘 다 이념 생각은 못하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본주의·공산주의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양자택일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들이 이념 없이 살게 된다면 사유가 성숙해짐을 견뎌내지 못했던 탓이라 하겠다. 이에 반해 딸이 이념 없이 살게 된다면 너무 조속히 그리고 매개 없이 헛된 만큼이나 야심적인 성숙함을 유지했던 탓이다. 소년[아들]은 남자의 결핍으로 이념을 결여하며, 딸은 여자의 과잉으로 이념을 결여한다.


그리고 저자는 약간 오버한다.


상황을 약간 과장해보자. 이 조건들에서 세계는 어떻게 되리라 여겨지는가? 출세 지향적이며 교활한 여자들이 통솔하는 멍청한 사춘기 소년들의 무리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만, 저자의 체면을 생각해서 여기까지만 소개한다.


철학자의 표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감탄했다. 짧게 요약한 문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지적인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이다.


같이 음미하고 싶은 문장을 소개한 것이어서, 이 글만 보면, 읽어 볼만 책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사실은 삼 일간 고생하며 그나마 이해가 가능한 부분만 소개한 것이다. 여기 보이는 창의적인 문장들에 혹해서 책을 사보았다간 지옥을 맛볼 수 있으니, 조심하길 바란다.


★★★★ 이렇게 가벼운 이야기를 이렇게 무겁게 설명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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