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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11. 2019

대범한 와인

4900원

집 앞에 이마트가 있어서 자주 간다. 얼마 전에 충격적인 상품을 보았다. 신세계에서 직접 수입해온 이마트 와인이 4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당연히 사먹어 보았다. 맛은 의외로 좋았다.



와인을 좋아하는데, 민감한 혀의 소유자가 아니라,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대범한 혀에 비해, 지갑을 여는 손은 아주 섬세했다. 맛 앞에 관대한 나도, 1만원의 저가와인과 3만원 하는 중저가 와인은 구분했다. 확실히 3만원이 넘으면 맛있다. 그런데 4900원 이마트 와인은 꽤 괜찮았다. 굳이 3만원 짜리 와인 앞에서 섬세한 손을 떨 필요가 없어졌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3천병 단위로 수입을 한다. 많이 수입하는 경우는 그 열배인 3만병을 한꺼번에 가져오기도 한다. 이번에 들여온 4900원 와인은 100만병을 한꺼번에 수입했다고 한다. 규모의 경제인 셈이다.


흔히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분명 다른 개념이다. 규모의 경제란 기업이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제품 하나를 만드는 단위당 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이다. 규모의 경제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의 절감효과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범위의 경제는 두 개 이상의 재화를 생산할 때 얻게 되는 비용 절감 효과와 관련된 내용이다.
 _박정호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아주 바람직한 형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시장은 다변화되면 될수록 유리하다. 대기업은 품질이 보증된 상품을 대량으로 유통해서 가격을 낮추고, 소기업은 독특한 개성의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기업이 가격을 낮추지 않았고, 소기업은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온라인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대형마트의 성장은 주춤한다. 이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적자를 보았다. 온라인 시장의 고객을 유치하기 쉽지 않은데, 술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이마트에서 와인에 승부수를 던진 이유도 이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소비자원은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입와인 평균 수입가격과 판매가격 간의 차이를 본 결과 레드와인은 평균 11.4배, 화이트와인은 평균 9.8배로 다른 품목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_이코노믹리뷰 「수입와인 판매가가 원가의 10배가 넘는 이유」 2018-02-19 기사


와인이 원가에 비해 너무 비싸고 유통사에서 가져가는 마진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많았다. 가격을 정상화할 기회다.



20190911작성

20200419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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