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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an 22. 2020

한 솥에 끓인다

냄비를 물을 올리고 끓인다.

양파니 감자니 당근이니

미리 사놨던 아끼는 야채들을 하나둘 꺼낸다


백숙 먹고 남아서 발라놓은 가슴살

삼겹살 구워먹고 남은 몇조각

보쌈 남은 거 족발 남은 것도 넣는다


국자를 저으며

오전에 작성했던 보고서를 생각한다

보쌈이랑 보고서를 다같이 넣고 팀장 같은 국을 끓여볼까


따라하기 쉬운 백종원레시피도 스쳐지나가고

말 안듣는 골목식당 골칫덩이들도 떠오른다


그럴듯한 걸 만들기는 귀찮고

뭐라도 먹어야 할 때 끓인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돈이 아니란 말이야!!

중요한 것만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가운데가 텅 빈 도넛 같은 국을 끓인다.


어느 날 만약 세상 모든 고기가 사라진다면

너도 같이 사라질 거니

진짜 고기 참치를 넣는다

진짜 국물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가짜 국물을 끓일 수밖에 없지


잘 끓이고 있냐고 문자가 왔다

응 잘하고 있지

건강이 최고니께

응 알았다니까

건강도 연봉도 미세먼지도 다 넣고 푸르륵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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