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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01. 2019

괜한 싸움이 필요한 순간

 _장클로드 키우프만 「각방예찬」

단순히 혼자는 외롭고 둘은 든든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어려서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둘이 있으면 어색하기 때문에,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나을 때가 많았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거나, 여럿이 함께 있는 순간이 마냥 즐거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명쾌한 이론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더 잘 알 수 있다. 프랑스의 부부관계 전문가, 장클로드 키우프만은 광범위한 심층 면담과 설문 조사를 통해 얻은 지식을 책에 풀어놓는다. 읽어보면, 정답은 없으며,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는 간단한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혼 여성들은 기혼 여성들보다 훨씬 더 늦게 잠이 든다. 마리피에르는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하지만 자정까지 책을 읽는다. 마리린은 새벽 1시까지, 크리스텔은 더 늦게까지 컴퓨터 화면에 달라붙어 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침대라는 누에고치는 점점 온기를 잃는다. 머릿속 생각 대문에 발동이 걸린 신체 감각 때문이다. 누군가 곁에 없다는 느낌이 점점 더 묵직해지고, 차가운 영역이 그녀를 보호해 주던 막을 찢어 버린다. 이런 공격은 대체로 발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들린의 발은 얼어붙는다. 털양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녀로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으며, 오로지 남자만이 그 발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추위 때문에 부재가 느껴지고, 부재는 더 춥게 만든다. 제랄딘의 침대는 얼음장 같다. "저녁에 혼자 이불 속에 있으면 맥이 축 빠져요. 남자가 없어서요." 제랄딘이 바라는 것은 별게 아니다. 그저 기댈 어깨 하나, 몇 번의 어루만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무엇보다 바라는 건 존재감, 그저 누가 있다는 단순한 존재감이다.
 _장클로드 키우프만 「각방예찬」


타인의 빈자리에서도 잘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흔히 누리는 작고 비밀스런 즐거움이 있다. 그건 배우자가 이른 아침 일하러 나간 후에 찾아온다. 팔로, 한 다리로, 몸 전체로 침대의 다른 쪽을 탐색하는 일이다. 이러한 즐거움은 규칙을 위반하는 데서 오는 것이며, 확실히 정해진 자리가 없다면 이런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짧은 탈출 덕에 평상시 자기 자리가 금세 다시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제 혼자 살게 된 피피네트는 장애물 없이 양팔을 쭉 뻗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되찾은 기쁨과 자유를 은밀히 맛본다. 그런 다음 으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잔다. "혼자 침대에서 불가사리처럼 몸을 쫙 펴고 누워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원하는 만큼 여러 번 이리저리 뒹굴다가 잠이 드는데, 다음 날 보면 꼭 내 쪽, 그러니까 그이가 내 옆에 있기라도 한 듯이 내 자리에서 웅크린 채 깨는 거예요."
 _장클로드 키우프만 「각방예찬」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부부들도 많다.


차마 대놓고 고백하지는 못하지만, 부부 각자는 서로 시간대를 엇갈리게 할 갖가지 핑계를 찾으려 애쓴다. 일이 좋은 구실이 될 때가 많다. 특히 밤새 밖에서 보내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불평은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요"라고 데이지는 말한다. 카코도 그렇다고 인정한다.
 _장클로드 키우프만 「각방예찬」


그저 혼자 자고 싶다는 욕구를 고백하기가 그토록 힘든 것일까? 나탈리는 그 욕구를 만족시키고 싶어서 억지로 갈등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한다. "물론 관계 초기에는 함께 안 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러다가, 거실 소파도 도망칠 구실을 만들어 홀로 밤을 보내는 즐거움을 맛보려고 가끔 우리 둘 중 하나가 (겸허히 인정하건대 우리 남편님께서 자주!) 괜한 싸움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크라키네트는 침대에서 혼자 자는 즐거움을 맛보려고 이혼한 건 아니었다. "침대 아무 데서나 뒹구는 행복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진정한 즐거움이에요." "항상 남편 품에 안겨 남편이 잠든 후 그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곤" 했기 때문에 그런 행복은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_장클로드 키우프만 「각방예찬」


솔직하고 재미있는 고백들이다. 위 세 가지 유형 중 나는 어떤 사람일까. 미리 생각해봐도 소용없다. 직접 겪어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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