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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16. 2019

젠트리피케이션, 이해 끝

 _구본기 「표백의 도시」

얇고 알찬 책이다. 텀블벅에서 구매했다. 주제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표지가 이쁘고 신기해서 구매했다.



읽어보니 아주 좋았다. 처음부터 실용서를 표방했고, 알기 쉽게 딱 정리해 놓았다. 먼저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하고,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도시재생으로 넘어가서 개념을 설명하고,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지고, 각 장이 끝나면 중요한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준다. 본문 자체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쓴 데다 다시 한 번 정리해주니 기억에도 잘 남고 이해하기 쉽다. 철학자와 전문가들이 배워야 할 태도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을 간단히 소개한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슈기도 하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현상이니 알아두면 좋은 주제다.


젠트리피케이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오르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다. 이해하기 쉽게 저자는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한다.


바로 '비자발적 이주'입니다. 누군가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곧 젠트리피케이션인 것입니다.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별로, 혹은 관점별로 다양하게 나뉜다. 이 중 언론에서 다루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인데, 이유가 있다.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년만 보호하기 때문에 전세금이 오르고 2년마다 이사가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만일 법이 바뀌어서 5년, 10년을 보장해준다면, 상황이 많이 바뀔 것이다. 싱크대, 벽지, 조명, 화장실 등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수리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중간에 쫓겨나는 일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주거 임대차에도 권리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생존의 위협이 되기 때문에 더 큰 갈등이 벌어진다.


지역


언론에서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특정 번화가에서만 일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지역,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거의 대부분 일어난다.


이 문제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관점에서 따져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주거 세입자들이 2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현상은, 이견의 여지 없이, 임대인이 세를 올려 발생하며 지역에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상가 재테크


젠트리피세이션은 임차인에게는 재앙이지만, 임대인에게는 재테크 수단이다. 어떠한 악의도 없다.


임대인은 자신들이 임차상인을 내쫓는 행위를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둥지 내몰림'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 행위를 보통 '상가 재테크'라고 합니다.


이른바 제태크 전문가가 쓴 책을 하나 인용하는데, 임대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순진한 얼굴로 개미를 짓밟는 꼬마 같다. (마 아이를 콩 쥐어박고 싶다. 달콤한 종부세의 꿀밤)


임대료를 올리면 '인상분의 200배만큼의 부가 증식'된다. ... 월세를 어떻게든 100만원을 올릴 수 있다면 그 200배인 2억원의 가치가 창출된다. ... 문제는, 인상액의 200배나 되는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월세를 올릴 수 있느냐이다.
 _임동권 「10년 안에 꼬마 빌딩 한 채 갖기」


도시재생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때려 부수고 다시 짓는 전면철거 방식이 아니라 일부만 손보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리모델링 방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는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에 불과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응


살핀 것처럼, 도시재생의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지·상업지 임대료 상승형 젠트리피케이션', 즉 임대차 문제입니다. 임대차 제도를 개선하면 해당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얼마전에(2018.10)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다. 이제는 10년까지는 쫓겨나지 않고 장사할 수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임대료 인상 상한이 5%로 정해져 있다. 이 역시 더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책을 읽고 나니 더욱 명확해 졌다.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는 커녕, 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보호하는 기간을 늘리고,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실제로는 아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법을 우회하는 경로라든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내년(2020)이 총선이다. 각자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당을 찍을 것이다.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정당에게 표를 주어야겠다.


★★★★ 얇고 알차다. 이거 읽으면 이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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