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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23. 2019

힘은 권력이 아니다

 「뉴필로소퍼 5호 _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매번 주제를 다르게 발간하는 철학잡지다. 이번에도 지루한 글 여러 개와 재미있는 글 몇 개로 이루어져 있다.




권력과 운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민주주의에서 다수는 권력을 가지게 되고, 소수는 지배를 당한다. 그런데 다수에 속한다는 건 순전히 운이다.


부모님이 건물이 있어서 금수저로 태어났다는 행운의 대표적인 사례 말고도, 표준적이고 일반적인 권력조차 운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모든 투표에서 이기는 그룹은 단지 언제나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세상에는 같은 선호도를 지닌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한데 뭉치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주어진 투표권의 크기는 패자 그룹에 속한 구성원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만약 당신이 다수 그룹에 속해 있다면, 다시 말해서 절반 이상의 사람들과 똑같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다.
 _키스 다우딩


우연히 이성애자로 태어난 사람들, 우연히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들, 우연히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들. 우연히 다수자가 되었다.


완력


흔히 힘이나 강제력을 권력으로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정확한 의미를 고려하면, 완력과 권력은 다르다.


좋은 질문입니다만, 나는 지금 당신이 말한 경우를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생각하는 권력의 핵심 개념은 누군가의 승낙을 얻어내는 것이니까요. 만약 내가 물리력으로 당신을 제압한다면 나는 완력을 쓰는 셈이고, 그래서는 당신의 승낙을 얻어낼 수가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내가 원하는 행동을 시키고, 당신이 내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당신을 죽이겠죠. 그럼에도 당신의 응낙은 얻지 못할 테고요.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완력은 실패한 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_스티븐 룩스


저자에 의하면, 강제로 일을 시키는 상사는 권력자가 아니다. 내가 스스로 야근을 하게 만드는 자기계발서, 혹은 내가 스스로 자기계발서를 읽게 만드는 성과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게 권력이다.


지루한 글이 대부분이지만,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외식업 보다 더 열악한 잡지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잡지, 그것도 용감하게 철학을 이야기하는 잡지라 그런지 응원하고 싶다. 말로 하는 응원은  큰 의미가 없기에 계속 사고 있다. 사다보면, 어느 순간 재미있 지겠지.


★★★★★ 권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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