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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25. 2019

4차 산업혁명

_김윤이 외 「빅 픽처 2017」

2019년에 독후감을 적으려니 조금 민망하다. 2017년에 읽었고 그때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만 다시 읽었다. 왠지 변명 같;;;



책에 부제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고립주의의 역설. 이 두 가지 주제와 관련해서 석학들이 글을 쓴 것을 모았다. 아무대로 사람들의 관심도에 따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글이 절반 이상이다. 이 중 흥미로웠던 부분을 소개한다.



데이터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의 축적에서 나온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로, 데이터 때문이다.


데이터가 최근 얼마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들은 많다. 예를 들면 2000년에 데이터의 25%만이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었으나 7년 만에 그 비율은 90%가 되었고 디지털 데이터 양은 매년 50%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세계 디지털 데이터의 90%가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생활 공간만 둘러보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수집 외에도 각종 센서 및 영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환경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생산성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을 내세워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사물 인터넷에 기반을 둔 사이버 물리시스템으로, 실제 생산 라인과 동일한 가상 사이버 생산라인을 연결하여 운영한다. 생산라인에서 생긴 문제는 사이버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되고 인공지능이 이를 사이버상에서 해결하여 실제 공정에 다시 반영하는 과정이 사람의 개입 없이 이루어진다.
보쉬의 전자식 핸들, 밀레의 세탁기, BMW의 자동차 엔진 등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를 생산 현장에 적용 중이고 독일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마트 공장으로 부각된 지멘스의 암베르크 자동화 설비 공장은 100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계와 컴퓨터가 생산 공정의 75%를 담당하면서 생산성이 8배 향상되었다고 한다.



에너지


인공지능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사용한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인간보다 떨어진다.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다.


첫째, 에너지와 효율성 문제이다. 연결과 지능의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서로 연결해서 쓸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세기의 바둑 매치에서 이세돌은 한 사람이지만 알파고는 CPU 1202개, GPU 176개를 연결한 네트워크 컴퓨터였고 성능이 슈퍼컴퓨터 수준이다. 사람은 평균 시간당 100W를 소모하고 그중 20W가 두뇌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알파고는 주변장치나 통신장치에 쓰인 에너지를 제외하더라도 CPU 1개에 100W, GPU 1개에 300W를 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하면 인간의 뇌보다 최소한 8650배의 에너지를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본


인공지능은 자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는 말은 곧, 사장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간다는 말이다.


잘 알려진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1914~73년까지 60년간은 경제성장률이 자본수익률을 초과해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었지만 이후 40년간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마틴 포드는 <로봇의 부상>에서 노동과 자본 간 역할의 경계가 희미해져 기계가 일자리를 계속 대체해간다면 지속적 성장에 필수적인 소비 수요가 줄어 새로운 시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도 <100년 내 새로운 부의 시대>에서 근로 보상이 1960년대에는 개인소득의 72.1%였는데 2009년에는 63.7%로 줄었다고 하면서 앞으로 자본의 집약도가 높아져 노동을 자본(로봇)으로 대체하고 인간 노동소득의 몫이 줄어드는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역설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가지 설명 중에서 가장 와닿는 게 이거였다. 모라벡의 역설. 물론 지금은 해결해가고 있다.


당시 활약한 컴퓨터 학자 모라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컴퓨터에게는 '쉬운 문제는 어렵고 어려운 문제는 쉽다'. 이는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서너 살 아이도 할 수 있는, 얼굴을 알아보고 물건을 피해 걸어다니는 등의 문제는 컴퓨터에게 어려운 반면, 길고 복잡한 계산이나 논리적 분석처럼 인간에게 어려운 문제는 컴퓨터에게 쉽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인간에게 쉬운 문제를 컴퓨터에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대신 컴퓨터가 스스로하도록 만들었다. 빅데이터가 이를 가능케 했다.


그 이유는 사람이 정보와 규칙 모델을 모두 정해 주입했던 과거의 '전문가 시스템'적 접근에 비해, 그저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네트워크 시스템에 빅데이터를 넣어주는 새로운 접근이 자료 인식과 추세 예측의 정확도를 차원이 다르게 높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학습한 결과를 기계에 넣어주는 게 아니라, 거꾸로 기계가 데이터를 학습한 후 내놓는 결과를 인간이 향유하는 형태는 훗날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해 인류의 지능을 능가하게 되는 '특이점'의 사회가 단순한 공상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게 했다.



중국


영국은 EU에서 탈퇴하고 미국은 America First를 외친다. 민주주의에 익숙한 대중들이 투표를 통해서 선택한 결과다. 그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모습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중국의 정치체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대안이라기보다는 가능성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바로 '투표'가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민주주의는 단지 왕정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완전한 체제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하며, 또한 그럴 수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 것 같은데, 처음 읽은 것처럼 신기했다. 밑 빠진 독...


★★★★★ 고개를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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