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한동일 「라틴어 수업」
Ego sum operarius studens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하비투스'라는 말의 유래가 재미있습니다. 이 명사를 살펴보면 '습관'이라는 뜻 외에도 '수도사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수도사들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 기도를 바치고 난 뒤 오전 노동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기 전 낮 기도를 바쳤어요. 점심식사 뒤에는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에 오후 노동을 하고 저녁 식사 전에 저녁 기도를 바쳤고요. 저녁식사가 끝나면 잠깐의 휴식 뒤에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끝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괄적으로 잠자리에 들었고요. 그래서 수도자들이 입는 옷 '하비투스'에서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한다는 의미에서 '습관'이라는 뜻이 파생하게 된 겁니다.
저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공부라는 노동을 통해 지식을 머릿속에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싫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과연 어떤 노동자입니다.
Esti Deus non daretur
에트시 데우스 논 다레투르
만일 신이 없더라도.
말이 나온 김에 로마의 인사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로마인은 인사할 때 상대가 한 명이면 '살베!' 또는 '아베!'라고 인사하고 여러 명일 경우는 '살베테'라고 인사했습니다. 그 뜻은 모두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아베 마리아'라는 것도 로마인의 인사법으로 '안녕하세요, 마리아'라는 뜻입니다.
사실 저는 로마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욕이란 걸 하지 않았지만, 로마 생활은 저에게 욕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로마는 혼잣말로 욕이라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곳이었어요. 욕에 이런 순기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불네란트 옴네스, 울티마 네카트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저는 학생들에게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자고 말합니다. 단, 미뤄야 하는 일을 미루자는 말입니다. 잠깐 생각해보세요. ...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미루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전 주저 없이 대답할 거예요.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일로 미룰 겁니다'라고요.
Hoc quoque transibit!
혹 쿠어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