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무라카미 하루키 「반딧불이」
내 룸메이트는 지리를 전공했다.
"나는 지, 지, 지도 공부를 하고 있어." 그는 처음에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지도를 좋아해?" 나는 물어보았다.
"응, 졸업하면 국토지리원에 들어가서 말이야, 지, 지도를 만들 거야."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소망이 있구나, 나는 생각했다. 그때까지 나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동기로 지도를 만드는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도'라는 말을 할 때마다 더듬는 인간이 국토지리원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 말을 더듬기도 하고 안 더듬기도 했지만, '지도'라는 말이 나올 때만큼은 백 퍼센트 확실히 더듬었다.
그는 그런 것에 아주 탁월했다. 약간 냉소적인 성향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남자였다. 그는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똑같이 농담을 하며 놀렸다. 어느 한쪽이 침묵하고 있으면 이내 그쪽에 말을 걸어 능숙하게 상대의 얘기를 이끌어냈다. ... 그래서 그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때때로 내가 무척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토요일 밤이 되면 나는 전화가 있는 로비의 의자에 앉아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는 삼 주 동안 걸려오지 않을 때도 있고, 이 주 연속으로 걸려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 밤에는 언제나 로비 의자에서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다. 토요일 밤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러 나가기 때문에 로비는 대체로 조용했다.
나는 난간에 기댄 채 그런 반딧불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만이 우리 사이를 강물처럼 흘러갔다. 느티나무가 어둠 속에서 무수한 잎들을 비벼댔다.
나는 언제까지고 계속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