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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07. 2019

사랑에 대해

 _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제곧내. 제목이 곧 내용이다. 사랑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다 적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지루했다. 근거 없이 느낌만 서술한 에세이는 아니다. 수많은 참고문헌을 인용해서 사랑과 관련한 담론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나름 유명한 책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별로 없어서, 무심하게 넘겨보다가, 저자 연애 이야기할 때만 집중해서 읽었다.



감동을 주는 부분이 없어서, 버릴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표지가 너무 이뻐서 못 버린다. 어쩔 수 없이 계속 가지고 간다.


거짓말


도로시 디너스타인은 「인어와 미노타우로스: 성적인 계약과 인간의 불안」이라는 획기적인 책에서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었다. 즉, 독립심이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어머니가 가부장적인 가정에서는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남자아이가 깨닫게 되면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분노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가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고 어머니를 더 무력하게 하기 위해 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거짓말하기다. 거짓말은 아이에게 어머니가 권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나아가 어머니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공평


남성 지배 사회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성 사상가들은 남자들이 권력의지를 벗어던질 때에만 사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스톨텐버그는 「남성성의 종말」에서 남자들이 정의를 사랑하게 될 때, 즉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남자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기만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침으로써 자기 안에 내재된 힘을 인식하도록 도와주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유명한 저서인 「내부로부터의 혁명」은 여성들이 자기애와 자존감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둘 때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스타이넘은 자기를 사랑할 줄 모르는 여성은 자기 일에서 성공을 거두더라도 결국은 자기혐오증 때문에 그 성공을 파괴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기애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았으면 하고 꿈꾸었던 사랑을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 나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 나를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고 긍정해주기를 기대하다니, 어불성설이 아닌가.


윤리


많은 사람들이 토마스 무어의 「영혼의 돌봄」을 읽는 것을 한 가지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무어는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는 근본 가치들에 우리가 새롭게 눈을 떠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랑의 윤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이 가진 모든 차원 ㅡ즉 돌봄, 헌신, 신뢰, 책임감, 존경, 서로에 대한 이해 ㅡ을 일상 생활에서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독


스탠튼 필은 「사랑과 중독」에서 "모든 중독은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방해한다."고 강조한다. 중독에 빠지면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된 것 ㅡ알코올이나 코카인, 헤로인 같은 마약뿐 아니라 섹스, 쇼핑 등도 중독에 포함된다 ㅡ을 어떻게 손에 넣을지에만 관심을 쏟는다.


탐욕


이러한 탐욕의 특성은 사람들이 사랑을 구할 때도 작용한다. 참된 사랑을 알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욕망이 바로 충족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존 웰우드는 「마음의 여정: 열린 사랑이 밟는 길」에서 "사랑이 우리를 구원해주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며, 행복과 안락함을 줄 것이라고 꿈꾸게 되면 헛된 환상에 사로잡혀서 되레 사랑이 갖는 참된 힘 ㅡ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 ㅡ이 발휘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마치 마약처럼 생각해서, 사랑을 하면 그 즉시 도취 상태에 빠지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저 수동적으로 좋은 느낌이 전해지기만을 기다린다.


연대


윌리엄슨의 「미국 치유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오는데, 정곡을 찌르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미국에는 사회복지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의 진짜 목적은 사회복지에 예산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연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개개인이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사는지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는 사람이 많지만, 사회적인 윤리가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권력


당시 젊고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였던 나는 전혀 가장이 될 생각이 없는 남자를 발견하고 처음에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그를 끌어내 어른으로 만드는 것도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에게 동등한 파트너가 되어 동료애와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어른이 되기를 바랐던 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의 소년 같은 쾌활함은 사라지고 내가 결코 원하지 않았던 마초 같은 사내가 된 것이었다.


★★★★★ 역시 고전은 지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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