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라면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 아마 '둘 다 싫어요. 정말 최악.'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여름에는 땀이 너무 나고, 자주 씻어야 한다. 겨울에는 아무리 껴입어도 손이 얼 것 같고, 바람에 베일 것 같다. 날씨에 신경을 쓰던 시절. 내 감정에 신경을 쓸 수 있었던 시절...
지금도 가을이 오고, 봄이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산뜻한 계절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예전만큼 좋거나 싫지는 않다.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거래처를 방문한다. 겨울에도 목도리를 돌돌 감고 거래처를 방문한다. 시간이 촉박하면 식사는 건너뛴다. 운전을 오래 하면 허리가 아프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 신경을 덜 쓰기 시작했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은 사치라고 느낀다. 그 시작이 군대였는지, 직장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오로지 나라는 이유만으로 애지중지 관심을 주는 건, 애인뿐이다. 그래서 연애를 하나보다.
두부
갈색 조끼를 입은 서커스의 소년 하얗고 네모난 두부를 먹는
이리 주세요 그건 내 빗자루예요
돌려주세요 돌려주세요 아무리 해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건 내 불빛인데 너와 내가 꽃이라 부르던
흩어지고 부서지는 빛 구슬은 열다섯 개 바깥쪽으로만 닳는 운동화 뒤축
돌려주세요 돌려주세요 아무리 해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돌려주세요 돌려주세요
아무리 해도 돌려주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돌려주었습니다
_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돌려주세요 돌려주세요 해도 돌려주지 않는 게 세상인데, 유일하게 돌려주는 너. 문득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