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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05. 2019

유유히 헤엄치듯

「하라는 일은 안하고」

여행에세이다. 만일 여행을 갔다와서 쓴 책일거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그거다. 12명의 여행작가들이 자신의 여행기를 써서 모았다. 누구는 국내를, 누구는 타국을 다녀오고, 누구는 여행을 가지도 않고 썼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유유히 헤엄치듯.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숙소까지는 꽤 멀었다. 우리는 성공한 30대 여성이므로 과감하게 택시를 잡았다. 험상궂은 인상의 아저씨가 말도 없이 우리를 태웠다. 숙소는 가도 가도 보이질 않고 미터기의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미터기가 너무 빠른 것 같지 않냐'라는 위험한 위험한 발언을 했고 택시 안은 침묵이 감돌았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 조금 더 용감한 내가 기사님께 <생각보다 요금이 많이 나온 것 같네요> 라고 하자 기사님은 "경주사람은 거짓말안합니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내렸다. 경주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영수증은 잘 챙겼다.
산 속에서

나뭇잎의 빛깔도
가시에 긇긴 내 상처도
성급한 산짐승들의 짝짓기도
추억을 짓는 새 울음소리도
모든 것이 침묵이다
사려깊은 침묵에 압도된다
이곳에서 훈계하는 존재란 내 기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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