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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Nov 01. 2019

겨울에서 봄으로는 지나친 비약이다

「슬픈 우리 젊은 날 1」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일 수 있겠다. 내 또래에게는 지금의 꼰대들이 옛날에 이렇게 낭만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88년에 나온 책이다. 당시 대학가 근처 카페나 동아리방 노트 등에 끄적인 노트, 낙서, 시 등을 모아놓았다. 화장실 낙서도 있다.


1987년 10월경, 젊은 시인들 몇 명이 모여 그 무렵 시대의 트렌드처럼 떠오른 '민중시' 또는 '민중문학'을 공부해 보자는 스터디 회합을 갖곤 했는데, 이 모임에서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지는 '낙서'에 대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낙서도 시대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문화 현상의 하나'라거나 '대학생들의 낙서야말로 의식의 굴절 없는 표현 양식'이라는 결론과 함께 이를 수집하여 '물건이 될 만하면 시집 형태로 출판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요즘 위트 넘치는 사람들이 댓글에서 그 실력을 뽐내듯이, 당시에는 사람들이 낙서장에서 문학적 소양을 드러냈나 보다. 재미있고 재치있는 문구들이 넘친다. 혼자만 보기 아까울 정도다. 총 3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통을 들으면 나눠야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다.
ㅡ서울대 컴퓨터 써클 'SCSC' 낙서장
circle 선배가 절벽에 매달려 있다면?
 · 그 선배로부터 절벽을 해방시켜 주겠다.
 · 장시간 버틸 경우 안락死 시킨다.
ㅡ고려대 써클 'Youth Hostel' 낙서장
봄 ㅡ 여름 ㅡ 가을 ㅡ 겨울 ㅡ 가을 ㅡ 여름 ㅡ 봄 이 타당한 순리가 아닐까? 겨울에서 봄으로는 지나친 비약이다.
ㅡ서강대 문학써클 '서강문학반' 낙서장
이중인격자,
너를 인격자라고 칭해준 것만으로도 내게 감사해라
ㅡ서강대 후문 cafe 'studio 非' 낙서장
아무도 몰라
민족의 고통과도 같은 이 치질의 고통
ㅡ서울대 인문대 2동 2층 남자화장실


★★★★★ 너무 좋다. 혼자 보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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