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세상에는 눈물이 일정한 분량밖에 없어. 다른 데서 누가 또 울기 시작하면 울던 사람이 울음을 그치게 되는 거야. 웃음도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우리 세대를 나쁘다고 하지 맙시다. 선배들보다 더 불행하지는 않으니까. 우리 세대를 좋다고도 말하지 맙시다.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맙시다.
사람마다 조그만 십자가를 지지. 죽을 때까지.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네.
인간은 모두 태어났을 때부터 정신이 돌았어. 어떤 인간들은 그대로 돌아서 살지.
어느 날 나는 눈이 멀었고 어느 날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것이오.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것이오.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각에 말이오.
블라디미르: 우린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네.
에스트라공: 어딜 가도 마찬가지지.
블라디미르: 고고, 그런 소리 말게. 내일이면 다 잘 될 거니까.
에스트라공: 잘 된다고? 왜?
블라디미르: 자네 그 꼬마가 하는 얘기 못 들었나?
에스트라공: 못 들었네.
블라디미르: 그 놈이 말하길 고도가 내일 온다는군. 그게 무슨 뜻이겠나?
에스트라공: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지, 뭐.
블라디미르: 내일 같이 목이나 매세. 고도가 안 온다면 말이야.
에스트라공: 고도가 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사는 거지.
에스트라공 그럼 갈까?
블라디미르 바지나 추켜올려.
에스트라공 뭐라고?
블라디미르 바지나 추켜올리라고.
에스트라공 바지를 벗으라고?
블라디미르 추ㅡ켜ㅡ 올리라니까.
에스트라공 참 그렇구나.
그는 바지를 추켜올린다. 침묵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