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읽었는지 그전에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자연스레 옆에 놓여있던 이 문장을 나는 군생활 내내 꽉 붙들고 있었다. 적당히 비어있는 군장을 매고 무거운 행군을 할 때도, 얼음인지 물인지 모를 것들과 샤워를 할 때도, 악!! ㅆㅂ 오늘을 사는거야!! 를 외쳤다.
이 문장자체가 산뜻하고 멋지기도 하지만, 문장이 속한 이야기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다. 「개밥바라기별」에서 주인공은 자퇴하고 전국의 공사판을 돌며 일한다. 그 짐을 함께 이고 걸었던 노가다꾼 아저씨가 하는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황석영도 이렇게 살았다. 그가 살아왔다는 오늘은 한 문장이 되어, 내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706일 남았습니다!! 581일 남았습니다!! 날짜를 세던 동기들과 함께 쪼그려앉아 담배를 폈지만, 나는 오늘을 읽고 있었다. 동기들이 대신 계산해주니 굳이 내가 셀 필요가 없었던 게 가장 크다. 마지막 담배가 툭 하고 떨어진다. 돌아보니 어느새 30일 정도가 남아있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날짜를 세지 않았고, 전역 후를 상상하지 않으려 했다. 현실을 부정하며 내일만 생각했던 친구들을 가여워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사실 나는 미래를 두려워한 것뿐이었다.
전역만 바라보는 친구들과 달리 오늘만 바라봤지만 같이 전역을 했다. 꿈을 위해 토익을 준비하는 친구들 옆에서 토익 시험 한 번 보지 않았으나 취직을 했다. 오늘 타령만 했지만 미래는 왔다.
비트코인을 사고 담배를 떨구는 친구들 옆에서, 나는 오늘도 오늘을 산다.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들만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공사판 대신 공장을 전전하며, 내일을 두려워 하는 나는, 오늘밖에 살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