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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Nov 08. 2019

책쓰기는 쉽다. 하지만...

 _전준우 「탁월한 책쓰기」

책을 받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작가가 직접 서평단을 모집했다. 책을 냈는데 원하는 책을 보내준다는 거였다. 아주 적극적인 분이었다. 프로필을 보니 살아남으려면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프리랜서로 보였다.



책은 작가 자신의 자랑과 반성과 고백을 모아놓은 내용이었다.



초고를 쓰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는데 그래도 글은 쉽게 읽혔다. 책쓰기에 대한 글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자가 글을 잘 썼다. 아마 피나는 퇴고의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정돈된 문장을 만들었을 거다.


책쓰기는 쉽다.
하지만
퇴고가 어렵다.


학력은 높아지고 야근은 적어지면서 사람들은 남은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고 싶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거기에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미되어 책을 쓰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퍼스널 브랜드 강화이자 일종의 노후준비인 셈이다.


노동의 욕구가 강한 개별 노동자들이 연결되는 크라우드 워킹 플랫폼이 증가하면 디지털 시대의 형태에 맞는 1인 자영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아웃소싱한 업무를 수행하는 개념인 크라우드 워크는 노동자가 높은 수준의 자기 결정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용 및 소득의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_이명호 「노동 4.0」


가게가 망하면 인테리어 업자만 돈을 벌듯이, 신규사업자의 대부분이 망하지만 창업 컨설턴트나 동기부여 강연자만 돈을 번다. 책쓰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책을 쓰려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그 여집합은 책을 안 읽는다. 당연히 책은 재고로 남는다. 대신에 글쓰기 강사, 요즘에는 책쓰기 컨설턴트가 뜨고 있다. 저자도 책을 내면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가 되면 기회가 생기나 보다.


첫 책을 출간하고 난 뒤 받은 인세는 100만 원 남짓했다. 인세만 보고 전업 작가로 뛰어드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부수적인 기회들이 널려 있었다. 강사, 컨설턴트, 교사 등등 다양한 방면에서 추가소득을 올릴 만한 기회가 많았다. 책을 쓰고 난 뒤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학교와 학원에 강의 신청을 하면서 인성교육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고, 두 번째 책을 출간하고 난 뒤 책 쓰기 컨설팅도 시작했다.


책쓰기 컨설턴트를 이용하는 건 워낙 비싸서 생각도 안 한다. 대신 언젠가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책쓰기 책을 한 번 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보면서 겪어보지 않은 상황들을 예측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간계획서, 거절, 인세 등 저자의 소중한 경험들이 담겨 있다.


· 거절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 좋은 원고를 써서 투고한다.
· 출판사는 섬세한 배려로 작가를 보듬는다.
· 다시 용기를 얻어서 글을 쓴다.
· 책으로 출간된다.


읽고 나니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작가라는 타이틀도 인세도 좋지만, 책을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괴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


몇 권의 책을 써서 출간하면서 나는 인세가 주는 기쁨보다 책을 통해 내가 만들어져가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책을 쓰면서 내 일상은 단조로워졌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반바지에 반팔 티차림으로 한 손에는 네댓 권의 책을, 한 손에는 노트북 가방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간다.


너무 좋다. 단조로운 일상이라니. 단조로운 일상에서 신박한 결과가 나온다.


※ 작가님에게 받은 책이라, 별점은 생략합니다. 자식과 같은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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