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최태성 「역사의 쓸모」
농민군이 우금치에 도착해서 본 것은 고개 위에 걸려 있는 총들이었어요. 농민군에게는 총이 없었습니다. ... 그러니 잔뜩 걸려 있는 총을 보고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농민군은 옷 속에 부적을 붙였다고 해요. 그 부적을 붙이면 총알이 피해간다고 믿었대요. 정말로 그렇게 믿었을까요? 아니요. 당연히 믿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 무서우니까, 무서워서 한 발짝 떼기도 힘드니까 붙였던 거예요.
급진개화파가 뿌린 희망의 씨앗은 10년 뒤 동학농민운동으로 이어집니다. 동학은 최제우가 창시한 종교로 단순히 종교 차원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는 동력으로 사용됩니다. 동학농민운동은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어요. 그들이 요구했던 개혁안을 살펴보면 탐관오리와 횡포한 부자를 벌하고 노비 문서를 없애며 토지를 고루 나누어 농사를 짓게 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분에 귀천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 것은 갑신정변과 같은데, 그 내용은 훨씬 구체적이지요.
역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와요. 말하자면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조금 더 살아보자고, 버텨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조금만 더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