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Nov 29. 2019

이거면, 치킨집 사장님도 망할 일 없다

 _김윤상 「토지공개념, 행복한 세상의 기초」

만약 월급에서 세금을 떼지 않는다면? 소득세도 없고 법인세도 없다면,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까?


아마 그럴 것이다.



예전부터 헨리조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헨리조지는 땅에 세금을 매기고, 대신 다른 세금은 없애자는 주장을 했던 경제학자다. 알라딘(중고서점)에 헨리조지의 책이 없어서 못보고 있었는데, 대신 이 책을 발견했다. 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번역한 사람의 책이다. 마찬가지로 땅에 세금을 매기고 다른 세금은 없애라는 주장을 하는데, 나름 논리적이다.



사유재산제


사유재산제는 노력과 기여를 인정하는 게 핵심이다. 노력과 기여가 들어간 성과(월급이나 이익)에 너무 많이 과세한다면 노력과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노력과 기여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노력과 기여를 무시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1천만원을 벌 때, 가만히 토지에서 들어오는 1억원을 가만히 놔둔다면, 노동의 가치는 무시되는 셈이다.


사유재산제는 개인의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그러므로 세금도 가급적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부과해야만 사유재산제와 충돌되지 않는다. 사유재산제에 충실한 세제라면 불로소득부터 우선 징수하고 그것만으로는 세수입이 부족할 경우에 한하여 노력과 기여의 결과에 과세하여야 한다. 지대는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이다.


토지는 애초부터 존재하던 그대로의 양이고, 노력한다고 해서 늘어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다.

반면 현행 세제에서 소득세는 노력과 기여에 의해 발생한 소득인지 그와 무관하게 발생한 불로소득인지를 따지지 않고 모두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부가가치세도 생산적 노력에 의해 증가한 가치에 과세한다. 이처럼 현행 세제가 오히려 사유재산제에 위배된다. 사유재산제를 존중한다면 지대와 같은 불로소득부터 거두어 소득세, 부가가치세를 대체하자고 해야 한다.


열심히 일했는데 소득세를 떼어가고, 법인세를 떼어가고, 소비세를 떼어가면, 노력과 기여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다. 불로소득을 먼저 과세하는 게 맞다.



지대


토지를 사고 팔면서 얻은 이득을 지대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 지대를 환수하자고 주장한다. 아주 특이한 주장은 아니다. 지대를 좋게 보는 경제학자는 없기 때문이다.


특권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를 '지대추구'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지대'는 토지 지대만이 아니라 특권이익 전반을 의미한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지대는 사회의 생산이 증가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의 이전에 의해 생기며, 따라서 지대 취득을 위한 경쟁에 투입되는 비용은 사회의 관점에서는 낭비일 뿐이다.


저자는 불안했는지 명성 있는 다른 경제학자들을 끌어들여서 지대 환수의 정당성을 피력한다.


그래도 지대 환수가 반시장적이라고 오해하는 경제학자에게는 시장주의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 그리고 현대 시장주의의 대부 격인 하이에크, 프리드먼을 소개하고 싶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주의의 고전 「국부론」에서 지대에 대한 과세는 "어느 산업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사회의 연간 생산은 과세 전이나 후나 동일할 것이다. ... 좋은 정부가 있음으로 해서 존재할 수 있는 기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라고 하였다.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도시토지의 이용은 이웃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토지 이용을 개별 토지소유자에게 맡기면 비효율을 초래하므로 광역적 관점에서 토지 이용을 결정하면서 개별 토지소유자에게서는 지대를 징수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또한 프리드먼은 일생동안 강연,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지대를 환수하는 세금은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하였다.


저자 말대로 토지에만 과세하고 다른 세원에 대한 세금을 줄이면, 국민 대부분이 이익을 본다. 월세를 내는 노동자도, 사무실 비용을 내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치킨집 사장님도 망할 일 없다. 너무 많은 은퇴자들이 준비 없이 시작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오로지 월세가 비싸서 치킨집이 망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월세만큼 부담되지 않는다. 오로지 토지 소유자만 세금을 많이 내면 된다. 보유세 부담이 너무 크면 토지를 팔면 그만이다. 다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팔건 말건, 경제에는 아무런 악영향이 없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는 걸까. 토지에 대한 권리도 권리 아닌가. 토지를 소유한 것만으로 많은 세금을 내는 게 말이 되는 걸까. 토지에 한정해서는, 공산주의 같은 것 아닌가. 걱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비슷한 사례를 제시한다.



주파수


이동통신사에서 사용하는 주파수는 공짜가 아니다. 매년 사용료를 정부에 낸다. 토지처럼 먼저 선점한 사람이 임자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주파수는 토지와 비슷하다. 인간이 생산하지 않은 자연물이라는 점에서도, 주파수는 토지와 비슷하다. 정부는 주파수 사용료를 걷고 있다. 토지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다양한 논리, 표, 시뮬레이션 결과를 가져와서 설명한다. 그래서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논리적인 책이다. 차곡차곡 논리를 쌓아간다.


★★★★ 과격하지만, 말이 되는 주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기업 하면 떠오르는 회사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