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Dec 01. 2019

비극이 우리에게 하는 말

 _인생학교 「끌림」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에서 만들었다. 알랭 드 보통이 집필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알랭 드 보통 문체다. 내용도 알랭 드 보통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관점(고전주의)를 견지한다.



제목은 끌림이지만, 사실은 선량함(nice)에 대한 이야기다. 알랭 드 보통이 항상 그러하듯, 선량함을 해부한다. 샅샅이 파해친다. 다 읽으면 사람이 선량해진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선량한 사람이 되었다.


자비


욕을 안하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교양이나 예절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정말로 화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자비심은 사람이 몹시 지치고 압박감에 시달릴 때면 형편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마음이다. 자비심은 어떤 이가 욕설을 내뱉을 때 그것이 본심이 아님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실패


실패에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안다면, 자책도 비난도 덜하게 된다. 재난이 닥치더라도 '원래 삶이란 그런거지' 하며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성숙한 사람일 거다.

자기계발서에는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리스 비극은 이와 정반대로,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실패는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진실이 숨어있다.


그리스 비극은 좋은 사람일지라도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도덕적으로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아 관객이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오늘날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소셜미디어를 보면, 그리스인과 반대로 사소하게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난을 퍼붓는다.
비극은 누군가의 인생을 손쉽게 판단하는 행위를 바로잡는 역할을 맡는다. 실패한 사람을 멸시하고 불운한 사람을 낙오자로 치부하며 오직 성공한 사람만 칭송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항하기 위해 비극이 존재한다.


해석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그 행동에 한 번, 그리고 그 일을 곱씹으며 한 번 더 상처 받는다. 그런데 만약, 함부로 행동하는 아이를 만난다면, 눈쌀을 찌뿌릴 수는 있지만, 상처 받지 않는다.


우리는 어린아이의 행동을 매우 너그럽게 해석한다. 아이가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행동한다고 보지 않는다. 아이가 무척 피곤했거나 혹은 잇몸이 아파서 혹은 동생이 태어나서 화가 났으리라고 짐작한다. 우리는 아이의 행동에 관해 다양한 해석을 준비해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나를 격분시키거나 겁에 질리게 만들 이유는 없다.



★★★★★ 사람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책. 알아도 따라하기는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거면, 치킨집 사장님도 망할 일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