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전복될 때 매력이 있다. 군대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후임은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녀석이었다. 그 친구도 그걸 아는지 날이 갈수록 더 건방져졌다. "아 짜증나게 하지 마십시오." 이런 말만 하면 나는 빵 터졌다. 나중에 중대 다른 선임들한테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는데, 다 내 탓이다.
나도 좀 그랬다. 회사 윗사람들에게 조금 함부로 대했다. 평소에는 깍듯하게 하고, 술자리나 농담하는 자리에서 약간 건방진 드립을 가끔씩 던졌다. 역시 사람들은 좋아했고, 술자리에 한동안 불려다니기도 했다.
단순히 상사에게 건방진 농담을 한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닐 거다. 다들 두려워하는 상사에게 갑자기 노래를 권한다거나, 뜬금없이 형, 오빠에게 단호하게 반말로 충고를 한다거나 하면, 왜 가까워지는 걸까.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연장자나 상사라는 역할극의 이면에는 우리와 같이 인간적인 자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나를 똑.똑. 하고 불러내는 장난은 긴장을 풀어주고, 가면 뒤의 나를 들어낼 수 있게 해준다.
대다수 사람은 내가 세상에 드러내는 겉모습만 볼뿐 내밀한 곳까지 살피지 않으므로,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주는 이들이 건네는 농담과 장난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상은 그저 나를 우울한 사람이라거나 혹은 깐깐한 사람, 똑똑한 사람, 종일 패션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고 보지만, 나에게 애정 어린 장난을 치는 사람은 그런 모습 말고도 나에게 또 다른 모습이 있음을 고맙게도 알아챈다. _인생학교 「끌림」
이제는 안 한다. 내가 엄청 좋아하던 회사 팀장님이 있었는데. 내가 어느 순간을 선을 넘고 ㅄ 같다고 해버렸다. "팀장님 ㅄ 같아요ㅋㅋ" 그 이후로 안 본다. (독자님들도 하지 마세요ㅠ)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