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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Feb 20. 2021

세 번 물어보자

교육업에 종사한지도 몇 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가르치기만 했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이제는 많이 물어본다. 나는 물어보는 사람이니까.


일단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설명한다. 이건 시작이다.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추궁한다. 이해하는 척하는 경우가 꽤 많다. 돈을 내고 받는 교육인데도 그렇다. 소통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거 이해한 거죠?
이거 필요한 거죠?
이렇게 하는 것 맞죠?
이렇게 하면 효율적인 거죠?


질문을 바꿔가며 여러 번 묻는다. 단순하게 물어보면, '예'라는 대답이 너무 쉽게 나온다. 쉽게 나온 '예'는 '예'가 아니다. 그래서 더 물어보고 다르게 물어본다. 대답하는 사람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고심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한번 더 생각해서, '아 그런데 말이죠..' 하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체결된 줄 알고 기대했던 협상이 나중에 결렬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상대가 거짓말을 했거나 그저 안이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는 그리 드문 경험이 아니다. 사실 이런 일은 ‘예’의 종류가 세 가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로 약속, 확인, 허위다. Chapter 5에서 살펴봤듯이 수많은 판매원이 고객을 약속의 ‘예’로 몰아가려고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허위 ‘예’를 남발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런 덫을 피하는 훌륭한 도구가 삼세번 법칙이다. 삼세번 법칙은 단순하게 한 대화에서 상대가 같은 내용에 세 번 동의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 법칙은 그 순간에 주입하고자 하는 역동의 강도를 세 배로 증폭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발견한다. 거짓말이나 거짓 의견을 세 번 되풀이하기란 대단히 힘들다.
 _크리스 보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크리스 보스는 세 번 물어보라 한다. FBI에서 협상 전문가로 일했으니 그럴 수 있다. 아마 집에서도 가족들에게 세 번 물었을 거다.


밥 먹었어?

먹었어요.

밥 먹었냐구?

아 먹었다구요!!

정말 밥 먹었어?

아 그런데 말이죠..


하지만 상대를 취조하는 것도 아닌데, 일상생활에서 같은 문제로 세 번이나 물어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이걸 한효주는 해낸다. 얼마 전 방송에서 봤다. 충청도에서는 예의상 거절을 하기 때문에 몇 번 더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재구성하자면 이렇다.


충청도는 그런 게 있어.
"이거 먹을래? 이거 가질래?" 라는 물음에
그걸 막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먹을래!! 이렇게 안 한다는 거지
일단 형식적인 거절로 시작해
근데 거기서 끝나면 안 돼!
한 번 더 물어봐줘야 돼
진짜? 진짜?
아휴 괜찮아 안 먹어도 돼~
근데! 또 물어봐야 돼!
적어도 세 번은 물어봐야 돼



그렇다. 세 번은 물어봐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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