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가지고 열었던 서점은.. 1년의 계약 기간을 마치면 문을 닫기로 했다. 잠시 지나가는 전염병이라 생각해서 공간을 계약했다. 열심히 오픈 준비를 하는데 이태원발 확산이 터졌다. 신천지발 이태원발을 지나 사랑제일교회발 광화문발 등 이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고민하다 시작한 서점이었는데, 만약 이 시기를 놓쳤다면 평생 서점을 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행2. 결혼.
결혼식 1년 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코로나 진행상황에 땀을 흘리고 숨을 죽이며 일희일비했다. 조금 완화되면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야지 마음 먹고, 다시 악화되면 결혼식을 취소할까 좌절했다. 결국 소규모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피로연도 하지 못 했고,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갔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신랑 신부 다 건강하고, 서로 마음 변치 않고, 코로나가 적어도 우리 결혼식은 그냥 지나갔다. 우리 결혼식에 확진자가 들리기라도 했으면, 괴로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다행3. 직장.
카페에 가지 못해서 괴롭고, 운동하러 가지 못해 괴롭다. 카페에 가지 않으니 글도 안 쓰고 책도 안 읽는다. 운동을 하러 가지 않으니 소화가 안되고 등이 굽어가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아무리 괴로워해봤자, 카페 사장님만큼 괴로울까. 내가 아무리 등이 굽어도, 헬스장 사장님 등만 할까. 나는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다. 아직까지는 나가라는 이야기가 없다. 클라우드 기반의 IT회사기 때문에 코로나 기간에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다행4. 국뽕.
재난이 닥치면 자연스럽게 양극화는 심해진다. 경쟁력 있는 대기업은 사상초유의 이득을 내고, 오프라인 기반 산업, 특히 외식업이나 여행업은 확진자 퍼지는 속도로 무너져간다. 현실의 삶은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코로나 블루에 빠지지 않도록, 백신 대신 국뽕을 맞을 수 있었다. BTS가 빌보드 1위를 하며 전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는가 하면, 손흥민은 축구 종구국 영국에서 가장 잘 달리는 선수가 되었다. 며칠에 한 번씩 골망을 흔들다, 잠잠하면 BTS가 새로운 곡을 냈다. 실질구매력을 기반으로 한 GDP는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의 위상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팬데믹을 지나고 나면 격차는 더 벌어져 있을 거다.
다행5. 전세.
4평짜리 작은 원룸에 살고 있는데, 전세 1억을 달라고 한다. 노동소득의 가치를 폄훼할 정도로 불로소득은 오르고 있다. 마침 4평짜리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던 차라, 새로운 집을 알아봤다. 마음에 드는 원룸형 아파트가 있었는데 전세가 2억8천이다. 원룸인데... 전세를 연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단기적으로는 전세가 매우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공실은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도 하나둘 시도하고 있다. 아아주 장기적으로는 서울 부동산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아아주 장기적으로는...
다행6. 글.
나이 먹고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하루이틀 끄적끄적 하다보니, 브런치에 어느새 500개 가까이 글을 올렸다. 구독자가 아직도 100명대라는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글이 1000개가 되면, 구독자 수는 200명대가 될 것이다. 1년간 꾸준하게 글을 썼다는 사실은 내 자신감의 근거가 된다.
다행7. 그래도.
선진국에서 하루 확진자 10만명에 의료체계 붕괴를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행이다. 일단 살아야 투기도 하고 집회도 한다. 죽으면 부동산 투기도 못한다. 죽으면 광화문 집회도 못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