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은 정글이었다. 삶이 원래 정글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때는 좀 더 원초적인 정글이었다.
하루는 반 아이들이 장난을 친다고 의자에 압정을 올려놓았다. 정글답게 조금 잔인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자리로 달려와 철퍼덕 앉아버렸고, 1~2초 정적이 흐른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압정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누군가 고의로 했을 거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을 거다. 그 아이는 벽을 발로 찼고, 쿵 소리가 났다.
"누구야? 시끄럽게 만든 놈이. 이리 나와!"
압정이 박힌 아이는 조용히 앞으로 나가 혼났다. 이르고 싶은 마음, 한가득 일텐데, 아무 말 안 한다. 마냥 혼나기만 한다.
"죄송합니다."
학창 시절, 교사에 대한 이미지는 이랬다. 압정이 박힌 아이에게서, 압정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를 꺼내는 어른.
살다보면
햇빛 속에서 타 죽기도 하고
이빨을 뽑히며 박제되기도 하지만
누드크로키 한 장 그리겠다고 생각한다
두려운 이유는 발 밑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니
고개를 숙여 발 밑의 압정을 찾아
불같은 꽃, 그 꽃으로 타올라
남은 것은 사진 몇 장, 책 몇 권, 시 몇 줄이지만
불살라야겠는걸
꽃이 되어 타오를 때까지
_김율도 「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20191204작성
20200416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