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피천득 「인연」
우리집에는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같은 것이 없다. 그런 것을 사기에는 내 월급이 너무 적다. 월부로 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부로 물건을 사면 그만큼 월급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나는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월급이 줄어들면 내 용돈도 줄어들 것이다.
아침 여섯시 반이 되어도 깨지를 않았다. 산에 안겨서 잠든 호수와 같이 서영이 숨결에는 아무 불안이 없다. 더 재우고 싶었으나 오 분 후에 그 단잠을 깨웠다. 세수하는 동안에 시간표에 맞추어 책을 가방에 넣어주었다.
30년 전 내가 상해에서 공부하던 시절 내 주위에는 서영이 같이 소녀라기는 좀 지났고 젊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코에드들이 있었다. 춤 잘 추는 M은 춤뿐이 아니라 그의 아름다운 다리로 이름이 높았다. 모두들 그를 백만불 다리라고 불렀었다. 두 다리가 백만불이었는지 한 다리에 백만불이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는 지금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데, 남편은 말레이지아에서 제일 큰 고무 플랜테이션의 소유자라고 한다. 그녀는 학생 때 어떤 가난한 화가를 죽도록 사랑하다가 죽지는 않은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