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Dec 11. 2019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면

 _공지영 「광기의 역사」

비장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다룬다. 오랜만에 읽는 공지영 소설이다.


언제나 이쁨만 받던, 공부도 곧잘 하던 아이는 국민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 아니다.) 친구와의 우정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선생님, 폭력적인 학교문화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왜 제목이 「광기의 역사」인지 알 수 있다. 그의 학창시절은 정확히 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폭력적인 국가, 폭력적인 사람들 속에서 학교라고, 교사라고 예외일 순 없다.


내 뺨으로 그녀의 손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녀가 나의 뺨을 정확하게 조준할 수 업어서 손이 좀 빗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 역시 빗나간 것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나를 때렸다. 내 고개가 휙 돌아갔지만 남자 선생들의 손길보다는 참을 만했다.
잠시 후, 상담실을 뛰쳐나간 그녀가 담임과 함께 상담실로 들어섰다. 담임은 들어서자마자 급하게 다가와 내 뺨을 후려쳤다. 역시 담임은 체육선생답게 힘이 세었다. 그제서야 두 뺨이 화끈거렸다.


구조 단편적이지 않다. 선생은 괴롭히고 학생은 괴롭힘 당하는 단순한 구도 아니다. 친구와의 관계도 학교와의 관계도 가변적이라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나는 그후로 그의 그 말을 오래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처지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줄을 도무지 모르면서, 사실은 우리들을, 사랑한 교사였다는 걸... 맙소사, 그는 졸업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아이는 자라고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어른의 아이는 다시 초등학교에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어른은, 그리고 아이는 더이상 맞지 않겠지만, 두근두근한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학교는 아이에게 광기를 보여줄 것인가.


짧은 이야기지만, 숙제를 남겨준다. 우리가 남긴 광기의 자리는 우리의 후배가 채우게 될테니까.


만일 누가 내게 한 십년이나 이십년쯤 젊어지고 싶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그것처럼 솔깃한 말은 없겠지만 아마도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젊은 나이에 나는 또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라면 내 청춘 열 번을 다시 돌려준다 해도 싫었다.


★★★★ 광기의 역사를 물려줄지 말지는 우리가 정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벼움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