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공지영 「광기의 역사」
내 뺨으로 그녀의 손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녀가 나의 뺨을 정확하게 조준할 수 업어서 손이 좀 빗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 역시 빗나간 것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나를 때렸다. 내 고개가 휙 돌아갔지만 남자 선생들의 손길보다는 참을 만했다.
잠시 후, 상담실을 뛰쳐나간 그녀가 담임과 함께 상담실로 들어섰다. 담임은 들어서자마자 급하게 다가와 내 뺨을 후려쳤다. 역시 담임은 체육선생답게 힘이 세었다. 그제서야 두 뺨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후로 그의 그 말을 오래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처지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줄을 도무지 모르면서, 사실은 우리들을, 사랑한 교사였다는 걸... 맙소사, 그는 졸업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한 십년이나 이십년쯤 젊어지고 싶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그것처럼 솔깃한 말은 없겠지만 아마도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젊은 나이에 나는 또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라면 내 청춘 열 번을 다시 돌려준다 해도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