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장준하 「우리는 특권계급의 밥이 아니다」
권력은 권력이고, 정의는 정의다. 우리는 권력과 정의를 결코 혼동해서는 아니된다. '권력의 지배'가 물러가고 '정의의 지배'가 군림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숭고하고 비장한 바람이다. 민주주의가 우리의 부동의 염원일진대, 우리는 힘에게 정의를 주는 노력과 정의에게 힘을 주는 노력을 아껴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삼팔이북에 진주한 소비에트 군대는 치밀하고 원대한 국제 공산주의의 계획도에 따라 모든 여건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폭력으로 북한의 볼셰비키화를 추진했으며, 불과 수 년 후에는 소련의 모형 그대로의 오만불손한 전체주의적 독재 정권을 수립해 놓았다.
삼팔이남에 진주한 미군은 한국에 대하여 백지에 가까운 예비 지식을 가지고 아무러한 계획도 없이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을 소개하면서, 희박한 자원과 수백만 피난민에 시달리고 반봉건적 보수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국민의 태반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18세기적 민주정치의 원리를 계몽하는 것 이외에 어떻게 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3년의 세월이 낭비되었고, 관용의 법질서와 자유로운 언론을 이용하여 이 사이에 모리배와 공산도당과 친일 주구들은 제각기 스스로의 진지를 구축하는 데에 바빴다.
이 땅에 도 다른 5.16은 없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같이 민족에게 치명상을 입힌 그 5.16은 민족의 이름으로 정죄를 받고 민족의 뇌리에서 사라져야 한다. 파괴되어야 한다. 5.16을 예찬하는 것은 또 다른 5.16을 불러들이는 위험한 불장난이기 때문이다.
이 난을 메꿀 수 있는 자유를 못 가져서 미안합니다.
ㅡ서울교도소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