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나름 투자전문가, 경제전문가라는 사람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꺼낸 말이다. 사회자는 가볍게 동의한다.
어느새 이념은 시끄럽고 번거로운 게 되어버렸다. 대신 그 자리는 경제 성장이 차지했다. 어떻게든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속도를 높인다. 속도만 생각하면 방향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정하는 게 이념이다.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북핵에 어떻게 대처할지, 검찰과 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등등 방향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열심히 하고, 빨리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2020년 우리 사회가 달려가는 방향은 명확하다. 빈부 격차는 커지고, 경쟁은 심화된다. 이러한 방향은 놔두고, '이념 이야기는 하지 말고, 경제 성장만 생각하자.' 주장하는 것은 빈부 격차를 더 키우고, 경쟁을 더 심화하자는 논리일 뿐이다. 그래서 빨리 달리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제목에 혹해서 어려운 책을 한 권 샀다. 프랑스의 한 노교수이자, 나름 핫한 철학자인 그는, 이념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모든 참된 사유는 값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세계에서는 오로지 값이 있는 것만이 셈해지기에, 어떠한 사유나 이념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때 우리는 그저 "너에게 능력이 있으면 소비하고, 없으면 입 닥치고 사라져"라고 말하는 세계에 복종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완전히 방향을 잃고 반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따름이다. 이념의 나침반이 사라져버린 탓에 말이다. _알랭 바디우 「참된 삶」
이념이고 뭐고, 지루해서 책을 던져버렸다.
브런치 글을 쓰고 저장을 누르려고 하다가 또 거슬리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역시 이념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고, 부정적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