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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an 06. 2020

안철수가 돌아온다

안철수 모모 김희철

안철수안철수


안철수가 돌아온다. 속을 알 수 없는, 무소통의 아이콘. '제가 MB아바탐니까!?' 유행어의 주인공. 그가 돌아온다. 다시 돌풍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이미 지난 유행일지. 언론에서는 나름의 예측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욕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청년층에서는 기업가 안철수, 토크콘서터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는데, 현실 정치에 등장한 안철수가 바이러스 잡듯이 이 기대와 희망와장창 깨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대한다.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로 인해 독과점 상태였던 대한민국 정치에서 유일한 변수가 있다면, 인물이다. 그런데 안철수라는 변수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파괴력을 보였다. 견고해보였던 독과점 구조를 흔들고 일부 깨부숴서 국민의당 열풍을 만들어냈다. 마침 선거제가 개정되어서 대중적 인기를 가진 정치인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안철수. 소통형 정치인이 아니라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안철수계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의 속내를 궁금해하고 답답해한다. 마찬가지로 불통형 정치인인 박근혜는 이따금 쇼라도 하는데, 안철수는 쇼통도 소통만큼 거부해서, 답답함은 배가 된다. 그렇다면 살갑게 소통하지 않고, 혼자 오랫동안 고심해서 주변 사람 답답하게 하고나서야 행동하는 정치인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



모모모모


독일 소설 「모모」에는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이 나오는데, 주인공인 모모가 그 시간을 다시 찾아온다. 모모의 친구로 베포라는 할아버지가 나온다. 나는 안철수를 생각하면 그가 떠오른다. 안철수가 선거에서 지면 삐져서 해외로 도피했다가 정신차리고 멘탈 챙겨서 다시 돌아오듯이, 베포도 오랫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질문에 대해 곰곰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면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대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오래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대개는 두 시간, 때로는 하루 종일 생각했다가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때쯤에는 상대방이 자신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기 일쑤였으니, 베포의 뒤늦은 대답에 머리를 갸웃거리며 이상한 노인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_미하엘 엔데 「모모」


좋은 정치인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둘 있다. 둘 다 소통형 정치인이다. 오늘날 미디어와 정치가 밀접하게 결합되어서, 정치인은 이제 어떻게든 미디어에 노출되려고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선거제가 바뀌어 정치의 미디어화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그러면 불통형 정치인의 입지는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인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더 좋은 입장을 제시하는 것. 안철수에게 전자는 큰 기대하지 않는다. 후자는 소리지르는 것만큼 잘할 거다. 오래 숙고한 만큼 자신의 결정을 믿고 나아갈 수 있다. 니체는 말했다. 천천히 결정하고 고집스럽게 지키라고.


어떻게 더 강해질 것인가? 천천히 결정하고 우리가 결정한 것을 고집스럽게 지킴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다 결과로 따라온다. 갑작스러움과 변덕스러움은 약함의 두 종류다. 이 두 가지 유형에 휩쓸리지 말자.
 _프리드리히 니체 「유고(1885)」


물론 바람이다. 현실 정치에 입문해서 이미 실망을 몇 번 안겨주었다. 그래도 안철수니까 조금 더 기대를 안고 지켜보려 한다.



김희철김희철


트와이스 모모의 남자친구다. (2020년 현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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