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이 내려갔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이제는 18살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려와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 주로 우려는 보수단체에서 하고, 기대는 진보단체에서 한다. 걱정하는 사람들은 18살 아이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좌편향된 교사들에게 세뇌되어 진보 정당을 찍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다 어느 정도 멍청하고, 아이들도 성인만큼만 멍청하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두 정치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아무런 정보 없이 누가 유능해 보이는지, 누구를 뽑을지 물었다. 유명하지 않은 여러 지역 후보자들 사진을 다 보여줬다. 오로지 사진만 보고 선택한 결과는 실제 선거 결과와 67% 정도 일치했다. 실제 선거에서 공약을 보고 신중하게 투표한 사람들과 투표 결과가 유사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선거 때 공약을 찬찬히 읽어보고 지지하는 정당을 결정하거나 바꾸는 사람들이 있는가?
더욱 재미있는 실험은 8세부터 13세까지의 아이들에게 이 하원의원 후보들의 사진을 보여준 실험이에요. 그 대신 문제를 조금 바꿨어요. "네가 배를 타고 먼 대륙으로 항해를 떠나냐 하는데, 그 배를 조종할 선장을 뽑아야 한단다. 너는 이 두 선장 후보 중에서 누가 이끄는 배에 탈래?" 이렇게 물어본 거예요. 아이들은 하원의원이라는 직업을 잘 모르니까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선택한 사람의 70퍼센트가 실제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이었다는 거예요. 프린스턴대학교 학생들의 결과와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_정재승 「열두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