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기주 「언어의 온도」
나는 예전부터 「1박2일」을 무지무지 싫어했다. 그렇게 미워할 필요도 없는데, 너무 싫었다. 이유는 딱 하나. 나는 별론데, 사람들은 다 좋아해서.
비슷한 의미에서 「언어의 온도」도 무지무지 싫어하는 책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욕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별로다. 이유도 마찬가지. 내 취향은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성공했다.
내 취향이 아닌 작품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되면, 약간 좌절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가면 된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내 취향을 내가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대중적인 취향은 아닌가 보다.
의미 없는 책이다. 이쁘기만 하고 따뜻하기만 한 책. 그래서 잘 읽히고 마음이 따뜻해질 수도 있다. 너무 추우면 읽을 수도 있겠다.
글이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말 겪은 일을 쓴 건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살면서 의심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순수한 나조차 말이다.
그래도 글은 깔끔하게 잘 쓴다.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작가는 아주 멀끔하게 생겼다. 그래서 더 싫다.
★★★★★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