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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an 13. 2020

현모양처의 불가능성

 _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2006년에 처음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몇년 전에 읽었고 이번에 또 읽었다. 여러번 읽었으니 지루할만 한데, 다시 봐도 새롭고 재미있다. 이걸 기뻐해야 하나... 이번에는 꼭 기억하겠다.



저자는 포스트모머니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이렇게 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라는 식. 그래서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사고들이 사실 가부장적 사고였다는 걸 깨닫게 한다.


쾌락


저자는 연구도 하고 강의도 하는데, 강의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재치있게 말한다.


내 강의에 대한 반응은 크게 "어렵다", "재미있다" 두 가지다. 어려운 것과 재미있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연속선의 감정인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강사와 소통이 된('알아듣는') 순간, '난해함'이 쾌락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한다.


섹스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권력의 차이는 성에서 확인히 들어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권력과 자원을 가질수록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한다('가질 수 있다'). 반면,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남성들은 한 여성을 다른 남성과 공유한다. 계급과 섹스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난다.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한 명의 남성하고만 섹스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


맥락


저자는 보편적인 법칙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법칙들이 오히려 우리를 억압하고 차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빵을 훔친 사람은 징역에 처한다."라는 법은 평등하지 않다. 부자는 빵을 훔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은 가난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이처럼 개인이 갖는 권리의 내용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성별 · 인종 · 계급 등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현모양처


저자는 현모양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생각도 못한 논리로 이를 부정한다. 읽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이중 가능 내 성폭력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근친 성폭력은 드문 일이 아닌 것이다. 친족 내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가정폭력의 특징은 반복과 은폐다. 아버지의 딸(혹은 아들)에 대한 성폭력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지든 방관이든 어머니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근친 성폭력 가정의 어머니가 현모가 되려면 딸 편을 들어야 할 것이고, 양처가 되려면 남편을 옹호해야 한다. 이것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두꺼운 책에서 일부러 자극적인 부분만 소개했다. 당시에는 아주 핫했던 주제들을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 오랜만에 기억을 떠올려야 하기도 했다. 단순히 젠더문제뿐 아니라, 포스트모던적인 관점, 맥락을 보는 시각에 대한 책이어서, 자꾸 니체 생각이 났다.


★★★★★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가능성. 그게 페미니즘이라고 말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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