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 2020」
트렌드코리아를 매년 읽고 독서모임을 하다보니 이제는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만난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이게 정말 트렌드가 되는 건가?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신선도는 사라졌다. 게다가, 날씨 예보처럼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예측이었다가, 이제는 주식 시장 예측, 부동산 시장 예측처럼, 예측 자체가 결과를 결정하는 예측이 되어버린 측면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 내가 이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어마어마한 예측보다는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에 급급한 책이었지만, 그래도 언어화의 맛이 있다. 적절한 어휘를 가지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아주 잘 설명한다. 김난도 외 여러 명의 필진이 작성한 책이다. 그래서 누구의 글솜씨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읽기 쉽고, 때로는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큐레이션을 편리하게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기반으로 스스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취향이 기계에 의해 인위적으로 수집되고 형성된 것이다.
이어폰은 단지 음악을 듣는 도구가 아니다. 외부로부터 '아직 개인인 나'를 지켜주는 방패다.
예전에는 '표준화'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해당 상권에 가장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변주를 할 수 있는 '적응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아직 2020년 1월인데, 예측보다 현상에 대한 설명에 가깝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
공정에 대해 다룬 부분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공정과 관련한 사람들의 소비 습관은 사실 '손해보기 싫은 마음', '욕 먹기 싫은 마음', '새치기 당하기 싫은 마음'에 가까운데, 그런 분석 없이 단순하게 '공정함이 트렌드'라는 식의 대학생 리포트를 작성한다.
사회구조적 이슈로만 여겨졌던 공정함에 대한 열망은 이제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출하고 있다. 가사 노동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학생들은 주관식보다 객관식 시험,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를 선호한다. 직장에서는 팀장님을 서포트하기보다 나 자신의 성과로 평가받길 원하며, 회사 대표와 팀 막내가 서로 반말로 의사소통하기도 한다.
★★★★★ 내년에도 이따구로 만들면 별 2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