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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Feb 03. 2020

점 빼지 마라

학생 때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이 무엇을 좋아할까, 추측해서 나를 끼워맞췄다. 그게 상식이었고, 전략이었다. 하얀 눈이 의미하는 바는? 하고 물으면, 내 감상이 어떻든 간에 정절을 의미한다고 외웠다. 겨울이 오면, 하늘에서 정절이 내려온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선생과 유사한 사고를 한다는 방증이 되었다.


취업준비생 때는 인사담당자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했다. 나를 연구하고 탐구했다기 보다, 기업의 인재상을 내 안에서 찾았다. 저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적극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이고, 삼성의 이러한 인재상과 맞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먼저 속여야 면접관을 속일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오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한번은 제가 어디에선가 강연을 하고 나오는 길에 젊은 친구가 씩씩하게 다가오더니 주니어보드에 지원했다며 인사를 하더군요. 그리고는 아주 당당하게 "TBWA에서는 어떤 사람을 원합니까?" 이렇게 물어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TBWA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묻지 말고, 네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달라"고요. 바깥이 아니라 안에 점을 찍으라는 이야기였죠.
 _박웅현 「여덟단어」


어떤 사람이 성공하나... 고민해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군지 생각해서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강판권 씨는 자기 안의 점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찍어놓았던 기준점을 모두 안으로 돌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고 점을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별을 만들어 낸 겁니다.
 _박웅현 「여덟단어」


내 안의 점을 찾아야 한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김어준은 연애를 하라고 했다. 박웅현은 스스로를 존중하라고 한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감상과 느낌을 적으며 자기만의 점을 찾는다. 예전에 애니어그램이라는 성격유형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내가 어떤 유형인지 못 찾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이 검사를 해봐야겠다. 역시 누가 떠먹여 주는 게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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