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Jan 31. 2020

꼰대는 꼰대인데

 _박웅현 「여덟 단어」

하고 싶은 말을 강의식으로 마구 쏟아내는 책이다. 좋았던 책을 소개했던 「책은 도끼다」에 비해 아쉬웠다. 고전을 읽으며 적재적소에 소개하는 게 박웅현의 재능인데 여기는 자기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카피라이터라 그런지 좋은 문장이 많이 나온다.


아들 조지 부시는 알코올 중독이었고 음주운전도 했다. 이러한 내용이 폭로되었을 때 조지 부시의 말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내가 상대방이었어도 더 이상 말을 안 했을 것이다.


나는 실수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_조지 부시


유시민이 지식 소매상, 은유가 좋은 글 소매상이라면 박웅현은 좋은 말 소매상이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_거스 히딩크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던 우리는 그것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_홍명보


책에 대한 호감에 비해 포스트잇은 엄청 많이 붙였다. 거의 대부분 다른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 어디서 본 이야기 등이다.


훌륭한 요리사는 자기 눈앞에 있는 신선한 재료가 무엇인지 먼저 본다.
 _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_이동진 「밤은 책이다」



딸 이야기가 많다. 삶은 이렇게 살아라, 충고한다. 독자에게는 멘토 같은 사람이지만 아마 딸에게는 이런 꼰대도 없을 거다. 딸은 얼마나 지겨울까. 보통 자기 자랑하는 어른들은 꼰대인데, 책에는 자기 자랑이 아주 많다. 나는 딸과 이렇게 소통한다. 딸이 나를 이렇게 좋아한다 등등.


마흔


마흔을 이야기한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난 고갱을 생각하며, 자기도 마흔에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했는데, 못하겠단다. 가족을 도저히 버릴 수 없으니까. 나도 기대된다. 이제 곧 마흔인데.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궁금하다. 항상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아마 꼰대가 될 것 같기는 한데. 교장선생님 같은 꼰대가 될까. 박웅현 보다 나은 꼰대가 될 수 있을까.


★★★★★ 꼰대치고 재밌고, 꼰대치고 귀엽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학적 건망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