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애리 「책에 미친 청춘」
나는 고전을 읽지 않는다. 물론 읽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책에 미친 청춘」을 읽었다. 서평집이다. 언급하는 책이 아주 많다. 서평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책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경우다. 줄거리부터 시작해서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한다. 그 다음은 책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가 대표적이다. 이 책도 별 다섯 개다. 마지막은 문장수집형인데, 이 책이 그렇다. 책들을 마구잡이로 소개하고 인용도 엄청 한다. 중구난방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일관된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문장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서평집을 내는 작가들이 그렇듯이, 이 책의 저자 김애리 역시 어마어마한 다독가다. 일 년에 200권은 읽는다. 북칼럼니스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박사인데(실명이다), 한 달에 50권을 읽는다고 한다. 물론 모든 책을 완독하지는 않는다.
의의1
이 책을 읽고, 일단은 너무 당연하게도,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서평집을 읽는 이유일 거다. 「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십세」,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등을 리스트에 추가했다.
의의2
그리고 예상치 못한 두 번째 효과가 있었다. 바로 내가 고전을 읽지 않는 이유를 찾은 것이다.
아마 18살 때쯤이었을 것이다. 다른 수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우연한 기회에 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손에 넣게 됐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한 권의 책으로 거의 원자폭격을 맞은 것 같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그 충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줄곳 지금까지 책이란 놈은 내 인생에 원자폭탄을 수시로 떨어뜨리고 있다.
_김애리 「책에 미친 청춘」
저자는 「이방인」을 읽고 위와 같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원자폭탄이라니, 그런 폭력적인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억지로 읽었는데... 그나마 얇은 편이라 읽을 만했다.. 「시지프 신화」는 에세이라 괜찮았지만, 문학작품에서는 감동을 받기 쉽지 않다... 밀란 쿤데라(사실상 현대 소설)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었다.
항상 고전, 고전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고전 오타쿠 박웅현의 주장도 전혀 와닿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고전이 된 모든 것들을 우리는 무서워해야 해요. 하지만 되려 무시하기 일쑤죠. 우리들, 특히 젊은 청춘들에게 고전은 사실 지루해요. 매입 새롭게 터져 나오는 것들에 적응하며 살기에도 바쁘기 때문이겠죠.
_박웅현 「여덟 단어」
내가 특별히 싫어하는 두 개 있는데, 하나는 「1박2일」이고, 다른 하나는 「서프라이즈」다. 굳이 싫어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유독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별 재미를 못 느끼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얄밉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고전에서 느끼는 감정도 정확히 이런 종류였다. 나는 억지로 읽는데, 왜 다들 좋다고 하지?!?! 언젠가 나도 고전을 좋아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전까지는 계속 고전 포비아 상태일 것 같다.
★★★★★ 아무리 지루한 고전 속에서도 잘 찾아보면 좋은 문장이 있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