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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17. 2019

효율과 편견

효율 = 편견


화장실 표시는 다 비슷비슷하다. 남자 픽토그램과 여자 픽토그램. 누구나 바로, '아 남자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바지면 남자, 치마면 여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편견을 그대로 이용해야 의미전달이 효율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와 셸리 테일러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한 가지 경향을 발견하고 거기에 붙일 이름을 궁리 중이었다. 바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만큼만 생각을 쏟고 그 이상의 복잡한 사고는 피하려는 경향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해 낸 이름은 '인지적 구두쇠'였다. ... 우리 주변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며 인지하고 이해해야 할 것도 너무 많기 때문에, 모든 것에 똑같이 집중력을 쏟고 주의를 기울이기 힘들다.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가 본래 이해하기 힘든 조재지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판단할 때 인지적 에너지를 전부 사용하지 않는다.
 _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그 상황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딱 보고, 이 사람은 조금 가벼운 사람이겠구나. 이 집은 음식이 맛있겠구나, 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곤 한다.


그만큼 편견은 효율적인 셈인데, 만일 그 편견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편견을 바꾸려면, 효율을 포기해야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편견을 깨고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간다.


오스트리아는 이른바 새로운 편견의 실험장이다. 신호등은 치마 입은 사람과 바지 입은 사람이 아니다. 치마 입은 사람 둘, 혹은 바지 입은 사람 둘이다. 가끔은 바지 입은 사람 둘 사이에 하트도 있다. 다양한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호의 표시, 연대 표시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개방성을 알리는 이벤트다. 상시적인 것은 아니다.)


서울 지하철 의자의 양쪽 끝은 분홍색으로 되어있다. 임산부 배려석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한 캠패인이라기보다는, 출산율 높이기 프로젝트의 일환이겠지만, 그걸 떠나서 '여자 = 분홍'의 깊은 편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 클리셰가 안타깝다.






참고로, 편견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편견은 그 안에 있는 이성과 더불어 그 이성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에게 영속성을 제공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편견은 긴급한 상황 속에서 지체 없이 적용될 수 있다. 편견은 우리 마음을 미리 지혜롭고 도덕적인 방향으로 설정해준다.
 _에드먼드 버크 「프랑스 혁명의 반성」


버크가 말하는 편견은 부정적인 어감이 아니다. 윤리나 도덕과 결합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아래 책 저자는 박근이다. 외자다. 생략한 거 아니다. 조선일보에서 만든 책이다.


인종차별과 같은 편견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편견만으로 우리 행동의 기준을 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전통 속에 뿌리박은 보수주의 고유의 가치와 윤리가 중요해진다. 전통적 가치관의 영향을 통해 편견은 정당한 편견이 될 수 있고, 버크가 말한 '편견 속의 이성'을 갖추게 된다.
 _박근 「한국 보수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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