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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Feb 17. 2020

사람은 (안) 변한다

길을 걷고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음식점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니 맛집이겠거니 하고 같이 줄을 서서 먹는 사람이 있을 거다. 밴드웨건이다. 반대로 일부러 찾아왔더라도 기다리기 귀찮다며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있을 거다. 스놉이다.


나는 스놉이다. (스놉 : 나는 남들과 달라) 오늘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선 게 보였고, 나는 그냥 지나쳐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잡았다. 여자친구는 밴드웨건이다. (밴드웨건 :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이유가 있지)



크림치즈가 들어간 마늘빵이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러 명이 한 줄로 서서 작업을 했다. 가장 오른쪽 사람은 빵에 십자가 모양으로 칼집을 냈다. 그 옆사람은 크림치즈를 들고 빵마다 쭈욱쭈욱 짜넣었다. 그 옆사람은 빵을 마늘양념 속에 담궜다 꺼냈다. 그 다음 사람은 오븐에 집어넣었고, 그 다음 사람은 잘 구워진 마늘빵을 가져와서 봉투에 넣었다. 가장 왼쪽 사람은 계산을 했다.


처음 보았고, 프랜차이즈 대박을 꿈꾸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았다. 검색해보니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여기서 파는 건 육쪽마늘 모양의 마늘빵이었는데, 다른 형태의 크림치즈 마늘빵도 많은 것 같다.


가게 위치는 원래 식빵을 팔던 곳이었다. 다양한 맛의 식빵을 파는 가게가 바로 얼마 전까지 유행이었다. 2013년에는 빙수가 떴다. 2014년에는 벌집 아이스크림. 2015년에는 스몰비어와 대왕카스테라가 인기였다. 대부분 1~2년 인기를 끌다 사라진다. 대왕 카스테라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했는데 식용유 논란으로 사라져서 아쉽다. 그리고 빈자리는 과일주스, 핫도그가 차지했다가 식빵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흑당과 마라탕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마라탕은 아마 더 오래갈 것 같다. 중국에 있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한국사람들은 항상 마라탕을 좋아했다.


그런 유행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오래 기다려서 딱 한 개 샀다. 집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데!!! 헐퀴. 이 작고 소중한 걸 여자친구와 나눠먹어야 하다니!! 손이 떨렸다...는 건 과장이지만, 정신 못 차리고 먹었다. 너무 맛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면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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