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쓰는 걸까. 굳이 설명이 필요한 개념을 가져와서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이 인용구를 보여주면 더 이해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려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때가 있다. 학자의 취향 탓일 수도 있고, 글의 목적이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책이든 논문이든 일반적으로, 지금까지의 학문적 성과에 한 문장을 덧대는 걸 추구한다.
글쓰기 관련한 책을 보면, 쉽게 쓰라는 조언을 많이 보게 된다. 나 스스로도 어려운 책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문장삼이文章三易란 말이 있다. 수필의 문장은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쉽게' 쓰라는 뜻이다. 수필가라면 거의 모두가 아는 금언이지만 막상 창작에 들어가서는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문장삼이이기도 하다.
_김학 「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
그런데 오늘 이상한 책을 하나 읽었다. 오히려 어렵게 쓰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독자의 수준을 높게 보고 쓰라는 조언을 한다.
그러한 독자의 독해력을 높이 상정하는 자세는 특히 현대의 글쓰기에 불가피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를 수도 있으니 간단한 말로 써 놓을까?'라든지, '오해받을 것 같으니 복수의 해석이 가능할 것 같은 표현은 관둘까?' 하는 태도는 독자의 흥을 깨뜨릴 뿐 아니라, 독자가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왜곡하고 쓰는 이의 문장력을 약화시킵니다.
오히려 독자를 쓰는 사람인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로 의식하면 크고 강력한 앎에 도전하는 기운이 붓에 서립니다. 상대방의 지식 체계가 완전하다고 여긴다면, 앞에서 말한 조사하는 태도 등에서 '이 정도 조사로는 비웃음을 사겠지'라는 생각에 더 열을 올리게 됩니다. 글을 쓰는 동기 부여를 유지하는 데에도 권할 만합니다.
_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쓰는 법」
일리가 있다. 아주 쉬운 문장도 좋지만, 때로 멋진 문장은 조금 길고 어지럽고 복잡하다. 그리고 이해했을 때 오는 쾌락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글을 쉽게 써야 할까 어렵게 써야 할까.
34. B : 쉽게 쓰라, 그러면 쉽게 읽힐 것이다.
35. C : 어렵게 쓰라, 그러면 쉽게 읽힐 것이다.
36. B : 어렵게 쓰면 위궤양에 걸릴 것이다.
37 A : 위궤양에 걸리면 예술가가 될 것이다. ...
_오르한 파묵 「검은 책」
어렵게 써야 예술가가 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