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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r 01. 2020

나도 능력이 있다

언니와 나는 언제나 소소한 일에 그 중요한 텔레파시 능력을 소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난 나는 '아, 오늘 저녁밥은 남은 닭고기와 생선으로 탄두리 치킨과 피시 티카를 만들어야겠다.'하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으나, 곧바로 향신료에 재워 두지 않으면 저녁때에 맞춰 먹을 수 없다.
대충 여덟 시간 정도 재워 두었다가 닭고기는 오븐에 생선은 프라이팬에 튀기듯이 구워 먹었다. 닭고기만 먹고서도 배가 불렀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야키소바 만들어 줘" 라고 했다.
"왜?"
"저번에 만들어 주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게... 조금 전에 야키소바가 먹고 싶어서 만들었거든. 지금, 내 눈앞에서 아버지가 야키소바 먹는 중인데."
"뭐? 알았어. 그럼 다음에 만들어 줘."
"알았어, 알았어. 그럼 야키소바도 만들어 줄게."
"야키소바도라니. 내일 뭐 만들 생각이었는데?"
"양고기 탄두리."
"뭐라고? 오늘 저녁 온통 탄두리였단 말이야!"
"뭐야, 대체! 벌써 재워 놓았는데!"
"할 수 없지 뭐."
"그럼 피차 다음을 기약하자."
이런 일이 정말 심심찮게 벌어진다.
전화를 끊기 전에, 이 초능력을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_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바나나치킨 아니다.


나도 능력이 있다. 꿈에서 깰 수 있다.


일단 꿈이라는 갈 자각하고 나면 눈을 꾸욱 감았다가 꾸움뻐억 하고 뜨면 된다. 그러면 이불 속이다. 완전히 잠이 깬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 자세를 바꾸고 다시 스르르 잠에 빠진다. 나도 이 능력을 뭔가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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