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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Feb 29. 2020

감염되었다면 성장하라

확진자가 나온 곳은 폐쇄하고 소독한다. 확진자가 지나간 곳은 불안해서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거리든 건물이든 텅텅 빈 곳이 많다. 그런데 이 시국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있다. 교회다.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신천지라는 교회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다른 교회의 양상도 동일하다. 운이 좋아서인지, 신앙 때문인지, 대량 전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조건은 충분히 갖추어 놓고 있다. 이단으로 불리는 종교집단이든, 이단이라 소리지르는 종교집단이든, 방아쇠만 당기면 코로나19를 난사할 것이다.


교인들의 헌금으로 교회가 운영되기 때문에 예배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진자가 나온 명성교회는 온라인을 통한 헌금을 공지했다. 일부 교회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동영상 예배로 전환한 교회들도 온라인 헌금을 유도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여 예배 드리는 성경 교리 때문에 오프라인 예배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성경 사도행전에 따르면 예수의 제자들은 모여 기도할 때 성령이 임하는 경험을 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예배할 때 신의 임재를 더 잘 경험할 수 있다는게 기독교의 믿음이다.
 _머니투데이 「코로나 주감염지 된 교회…예배 포기 못하는 속사정」 2020-02-27 기사


카톨릭에서 미사를 취소하고 조계종에서도 법회를 취소했다. 그래도 교회는 멈추지 않는다. 왜 신천지 교회든 장로회 교회든 가리지 않고, 교회는 예배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까. 헌금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겠지만, 교회가 신자유주의에 감염되었다는 게 가장 크다. 한국 교회는 신자유주의와 같은 동력으로 움직인다. 바로 성장이다. 교인은 소비자다. 더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예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지 못하면 다른 교회에 먹힌다. 코로나 앞에서도 예배는 멈추지 못한다. 우리 교회 문을 닫으면 다른 교회에 소비자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교회는 중소교회를 잠식해가며 성장해왔다.


한국교회의 60% 이상이 교인 5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다. 해마다 3000곳 이상의 교회들이 문을 닫거나 장소를 옮기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누리교회가 선교를 위장해서 지역의 벽을 허물고 문어발 확장을 해서 지역 작은 교회들을 초토화하는 것은, 오늘날 제국(帝國)이 자본과 무기를 앞세워 국가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힘없는 나라들을 초토화하는 것과, 신자유주의라는 동일한 사상과 가치에서 나온 똑같은 형태다.
 _뉴스앤조이 「한국교회, 신자유주의에 감염되다」 2008-05-14 기사


교회로 인해서 앞으로 코로나19는 더 퍼질 것이다. 신자든 확진자든, 세력은 확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증상이 있지만 아직 검사받지 못한 사람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으니 확진자도 수천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독주는 언젠가 멈춘다. 코로나19의 바톤은 벚꽃이 받아, 봄의 달리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번 주에도 다음 주에도 원래 독서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길래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이렇게 취소해도 괜찮은 걸까. 성장해야 하는데... 다른 독서모임에 회원 빼앗길 것 같아서 잠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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