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 2019」
남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본다. (2018년에 보고 2019년에 봤으니 아직까지는 매년이 맞다.) 평소, SNS가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하면서, 삶의 양식이나 추구하는 모습이 점차 닮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었다. 책에서 예측하는 트렌드가 정말로 SNS에 등장하는 것도 이 믿음을 지지했다. 그런데 책에서 아주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남의 눈길은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시선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흔히 한국 소비자는 타인지향성이 강하다고 알려져왔지만, 이제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나랜드에 살고 있는 '나나랜더'들은 남의 시선, 사회의 통념에도 굴하지 않는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성세대가 의미 있다고 했던 삶에 반기를 들며 자기만의 무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못생긴 것이 더 엣지 있다고 여기는 '어글리' 열풍은 이러한 변화의 한 증거다.
_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 2019」
트렌드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게 유행이라니. 언어도단이다. 마치 다이어트 식품으로 과식하는 느낌이 아닌가. 하지만 베스트셀러에서 유행이라고 하면 유행인 거다. 그리고 철학자 한병철도 뒷받침을 한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타인들과 다르고자 한다. 그러나 이 타인과 다르고자 함 속에서 같은 것이 계속된다. 이는 보다 높은 차원의 동형성이다. 같음은 다름을 관통하여 계속 자신을 고수한다. 다름의 진정성은 오히려 억압적인 획일화보다 더 효과적으로 동형성을 관철시킨다.
_한병철 「타자의 추방」
다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누구나 남들과 다르고자 하는 이 욕망을 유행처럼 가지고 있다. 이 똑같은 욕망. 이 유행을 저자는 '동형'이라 부른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 그것이 여행이든, 체험이든, 쇼핑이든, 소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걸 SNS에 올린다. 그걸 본 사람이 다시 소비를 통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추구한다. 그러다 보면 유행이 되는 것이다. 다름을 추구하는 유행.
얼핏 들으면 모순된 표현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그렇다. 나도 남들처럼, 남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