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Mar 16. 2020

심심하다면 놀이터에 가자

코로나19 때문에 클럽에도 못 가고, 예배도 없어서 심심하다면 놀이터에 가는 것도 좋다. 놀이터는 고양이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고양이 특유의 동작을 배울 수도 있다.



고양이춤을 따라 하나둘 동작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놀이터의 인싸가 되어 있다. 사람들을 코로나19 확진시키듯 전염시킨다.



 _아라 「고양이춤」


고양이가 우리를 춤추게 하듯, 심심함은 우리를 춤추게 한다. 자가격리자가 아니어도 스스로 철창을 걸어 잠그고 집에서 쉰다. 드러누워있던 사람들의 창의력은 고양이춤 추듯이 허우적허우적 움직인다.


이를테면 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움직임이다. 오직 인간만이 춤을 출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걷다가 깊은 심심함에 사로잡혔고 그래서 이런 심심함의 발작 때문에 걷기에서 춤추기로 넘어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걷기가 그저 하나의 선을 따라가는 직선적 운동이라면 장식적 동작들로 이루어진 춤은 성과의 원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사치이다.
 _한병철 「피로사회」


 _전미화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온힘을 다해 몸을 흔들었는데도 아직 남은 심심함이 있다면 공룡이 찾아온다. 연륜에 걸맞게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까지 들고 온다.


처음에는 문전박대 하던 사람들도 비트를 타는 공룡의 들썩임 앞에서, 발을 까딱까닥할 수밖에 없다.


어느새 공룡과 한 팀이 되어 동작을 맞추어 예예! 오오! 좌우로 흔들게 된다.



전미화 작가의 색감은 화사하고 동물적이다. 분출하는 이야기에 딱 걸맞은 색이다.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지 않아도 색으로 다 말한다.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해 그린 거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조금씩 예술의 영역으로, 어른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와 이건 작품이다, 느끼게 해준 건 전미화 작가의 작품이었다.


아라 작가의 그림도 색감이 한 몫한다. 노란 고양이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데, 배경은 이렇게 파랬다가 저렇게 초록초록했다가 대환장 파티가 되는 순간은 붉게 물든다. 아라 작가는 이제 첫 작품을 낸 새내기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춤을 출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