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토 겐타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1346년, 흑해 연안의 카파라는 도시를 포위했던 몽골군은 페스트로 죽은 아군 병사의 시신을 투석기에 매달아 성벽 안으로 던져 넣었다. 역병을 피해 배를 타고 도망친 사람들 탓에 페스트는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희생되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손 씻기를 실천하고 나서 몇 개월 만에 12퍼센트였던 제1 산과 사망률은 3퍼센트까지 내려갔다. 더 나아가 속옷과 의료기구까지 철저하게 소독하자 사망률은 0.5퍼센트까지 뚝 떨어졌다.
사망률이 너무 높으면 감염을 퍼뜨리기 전에 환자가 죽어 나가 인간 쪽에서도 죽기 살기로 경계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병원균은 인류와 공존할 수 있도록 서서히 증상을 가볍게 만들며 진화를 거듭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인 율리우스 바그너 야우레크는 진행성 마비 증상을 보이는 매독 환자를 말라리아에 걸리게 하는 기상천외한 대책을 고안했다. 매독균은 열에 약해 말라리아로 고열이 나면 퇴치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독특한 치료 방법이었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이지만, 놀랍게도 야우레크는 이 치료법을 개발해 1927년 노벨 생리학 · 의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