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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r 14. 2020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_사토 겐타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내가 약에 대한 책을 읽다니. 그런데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과연 일본은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분야에 천착해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그런데 왜 정치는 극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들지만... 제목이 곧 내용이다. 역사에 영향을 준 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약이 없던 때부터 시작한다.


1346년, 흑해 연안의 카파라는 도시를 포위했던 몽골군은 페스트로 죽은 아군 병사의 시신을 투석기에 매달아 성벽 안으로 던져 넣었다. 역병을 피해 배를 타고 도망친 사람들 탓에 페스트는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희생되었다.



제멜바이스


지금은 위생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었고, 비누나 소독약을 이용해 깨끗하게 씻는 게 당연해졌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제멜바이스의 이야기가 아주 극적이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죽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 옛날 이야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처음에는 찾지 못했는데, 제멜바이스가 찾아냈다. 이상하게 사망률이 낮은 병원이 있었고, 이곳에서는 의사가 아니라 조산사들이 아이를 받았다. 원인은 의사였다. 의사가 해부에 참여하고 나서 손을 씻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 씻기를 시작했다. 아주 깨끗이 닦았다.


효과는 놀라웠다. 손 씻기를 실천하고 나서 몇 개월 만에 12퍼센트였던 제1 산과 사망률은 3퍼센트까지 내려갔다. 더 나아가 속옷과 의료기구까지 철저하게 소독하자 사망률은 0.5퍼센트까지 뚝 떨어졌다.


제멜바이스 본인은 불행하게 삶을 마감했다. 의사가 사망의 원인이라는 걸 의학계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 병원에서 맞아 죽었다.


매독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한 때 매독은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를 휩쓸었다. 합병증으로 정신 이상까지 왔다고 한다. 지금은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질병은 아니다.


사망률이 너무 높으면 감염을 퍼뜨리기 전에 환자가 죽어 나가 인간 쪽에서도 죽기 살기로 경계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병원균은 인류와 공존할 수 있도록 서서히 증상을 가볍게 만들며 진화를 거듭했다.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원리와 해결방법을 모르니 기상천외한 치료 방법이 넘쳐났다.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인 율리우스 바그너 야우레크는 진행성 마비 증상을 보이는 매독 환자를 말라리아에 걸리게 하는 기상천외한 대책을 고안했다. 매독균은 열에 약해 말라리아로 고열이 나면 퇴치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독특한 치료 방법이었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이지만, 놀랍게도 야우레크는 이 치료법을 개발해 1927년 노벨 생리학 · 의학상을 받았다.


페니실린


역사 이야기를 보다 보면 종기로 죽은 왕이 여럿이다. 패렴으로도 죽고, 설사로도 죽는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상처, 후시딘만 있으면 되는 상처에도 동서양의 왕들은 삶을 마감했다. 세균에 대응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우연히 발견했다. 푸른곰팡이가 어딘가에서 날아와 포도상구균을 죽였기 때문이다. 이 푸른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이 페니실린이다. 이제는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가 있기 때문에, 아이도, 산모도, 상처 입은 사람도 쉽게 낫는다.


★★★★ 분명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지만, 단순 재미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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