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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r 20. 2020

과학 엔터테이너 정재승

 _정재승 「열두 발자국」

정재승은 원래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을 때에도 그의 「과학 콘서트」를 재미있게 읽다. 카오스, 프랙탈, 베이컨 등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이때부터 대중적인 관심을 아는 작가였다.


선물을 운반하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1억6천만 킬로그램이나 되는 선물 꾸러미를 썰매 뒤에 싣고, 106만 마리의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0.0007초 만에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나누어주고 나오는 모습... 그리고 중력의 14배나 되는 힘을 이겨가며 31시간 동안 1억 6천만 가정을 쉬지 않고 방문해야 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힘겨운 운명을 말이다. 몇 년 후 크리스마스 아침, 내게도 산타클로스의 선물에 즐거워할 아이들이 생긴다면 녀석들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 것인가를.
 _정재승 「과학 콘서트」


그 다음으로 읽었던 책은 진중권과 함께 쓴 「크로스」였다. 약간 변태 같으면서도 맞는 말만 하는 진중권을 좋아했는데, 둘이 같이 쓴다고 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과연 인문학과 과학이 만나니 재미있었다. 디지털, 검색, 성형수술, 카메라, 뉴스 등 재미있는 주제에 대해 지적인 수다를 쏟아내었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폰카의 단점을 파악하고 때론 그 변형을 극대화한다. 이른바 ‘얼짱 각도’가 바로 그것 아닌가! 45·15도(팔을 쭉 뻗어 옆으로 45도, 위로 15도 정도 위치에서)로 사진을 찍으면, 눈은 크게, 얼굴은 갸름하게 나온다는 셀카 촬영의 이 고전 기법은 셀카족이 오랜 경험을 공유해 터득한 ‘폰카 왜곡 기술 활용법’이다. 여기에 고수는 ‘조명발’까지 활용한다. 내가 찍는데도(혹은 내 가장 가까이에서 찍는데도),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가장 왜곡된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셀카는 ‘삶의 기록’이 아니라 ‘욕망의 기록’이다.
 _정재승, 진중권 「크로스」


그러다가 강의를 들었다. 문화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강제로 권유를 했다. 그때도 나름 스타 강연자였는데, 참석자가 많지 않았나 보다. 권유를 듣고 마지못해 가서 강연을 들었는데,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조그만 강의실에서 정재승을 맞이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 강의였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충격적인 연구결과들을 쏟아냈다.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쏟아내는 「알쓸신잡」을 보면, 강연 때 봤던 모습이 떠오른다.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그다음에 본 정재승은 안철수와 함께였다. 당시 멘토로 떠오르던 안철수는 마찬가지로 멘토스러운 사람들과 함께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시골의사, 그리고 정재승이었다. 정재승은 토론회에만 참여하고 본격적인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분명 악플 소나기를 맞았겠지만)


알쓸신잡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블록체인 토론회에서 유시민에게 발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전에 다시 정재승의 책을 읽었다. 역시나, 내가 기억하는 정재승의 책 그대로였다. 아주 쉽고 아주 재미있었다. 아마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되었을 거다.


IQ 100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정신연령을 신체연령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한 것이 지능입니다. 열 살 때 열 살 수준의 지적 능력이 있으면 IQ 100인 겁니다.
 _정재승 「열두 발자국」
예전에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대뇌 안쪽 측두엽 근처 해마라는 영역을 많이 사용했을 겁니다. 이 영역이 발달하면 머리가 좋은 사람 취급을 받았겠지요. 그런데 현대사회에 와서는 전두엽, 즉 정보를 빠르게 스캐닝하고 필요한 정보가 뭔지 찾아서 결합하고 신속하게 맥락을 이해하는 영역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뇌를 쓰는 방식이 바뀌면 뇌 구조도 달라집니다.
 _정재승 「열두 발자국」
체 게바라가 말한 것처럼, 사과는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사과나무를 흔들어서 떨어드리는 거죠.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의지, 노력, 능력 이런 것들이 결국 혁명을 이루어냅니다.
 _정재승 「열두 발자국」


★★★★★ 깊은 내용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그래도 쉽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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